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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7

죽음의 빛깔

by 서 련 2007.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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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빛깔
조회(232)
Memory of the day 2007/01/10 (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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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음의 빛깔이 검다고 말하는 것일까?"
 
추리 소설을 읽다가 맞닥들인 질문에 잠시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죽음의 빛깔=검은 빛깔, 이란 공식은 색채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단적인 견해이거나
혹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사람들 의식속에 고정 되어버린 편견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류의 고정관념을 대할 때 게으른 나의 뇌는 아무런 비판도 가하지 않은채
그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죽음의 빛깔이 형성되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당연히 죽음의 빛깔은 검은 빛깔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내 의식속에 자리한 죽음의 빛깔은 검은 빛깔이 아니다.
 
예전 아궁이에 군불지피는 산골집에 살때 아버지가 아궁이에서 재를 꺼내시는 모습을 종종 보곤했었다.
아버지는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궁이에 삽을 넣어 조심스럽게 재를 퍼냈다.
그 시절 난 아버지 꽁무늬를 졸졸 따라다니던 습성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놀 친구가 없었던 탓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유독 나를 예뻐하셨던 것 같다.
그때도 역시 난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재를 꺼내는 아버지 옆에서
짚으로 촘촘히 엮은 커다란 광주리에 담긴 재를 조물락거렸을 것이다.
연한 회색빛이 도는 재는 보드랍고 따뜻했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재를 만지는 건 참 좋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 아궁이에서 재를 꺼내시던 아버지가 한줌의 재가 되던 날...
나는 아버지의 뼈는 참 하얗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관절염을 심하게 앓던 아버지...
어쩐 일인지 관절 뼈 마디마디에 핑크빛이 감돌았다.
모두들 그 핑크빛을 보면서 아버지가 복용해 오던 관절염약 등 수없이 많은 약들이
뼈 색깔을 저렇게 핑크빛으로 물들인 건 아닐까하는 추측을 내 놓았다.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 근거 없는 추측을 거기 있는 우리 모두는 아무런 비판없이 진실인양 수용해버렸다.
 
명절이 되어 친정 가서 하룻밤 묵어 오는 날,
그 날 밤이면 옆방에서 아버지의 신음 소리를 듣곤 했었다.
'저 뼈가 핑크색으로 물들 동안 아버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지켜보던 생각이 난다.
그날 이후로 내 죽음에 관한 빛깔은 핑크색이 되어버렸다.
흰색에 가까운 아주 연한 핑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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