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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Grace 옥의 병상일기

by 서 련 2016.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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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이후 나는 병원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예전같지 않은거다.

먹는 것도 귀찮고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 식음을 전폐하고 마냥 누워만 있었지.




부쩍 활력이 떨어진 고양이, 이틀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간식과 사료... 

이를 수상히 여긴 집사 부부가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우리 고양이가 많이 아파요. 밥도 안 먹고 생식기에서 분비물도 나오는 것 같고..."

"중성화 수술은 했나요?"

"아니요, 안했어요. 워낙 조용한 아이라서 발정이나도 그렇게 시끄럽지 않았거든요."

"자궁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일단 검사를 한 번 해 봅시다."


수의사가 초음파 검사와 피검사를 하는 동안 나는 수액을 맞으며 인큐베이터 속에서 기다렸다.

한 참 후에 결과가 나왔는데 고양이들이 흔히 걸린다는 자궁축농증이라고 했다.




자궁적출 수술을 받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수술을 받으면 괜찮아 질까요?"

"그럼요."

"그럼 당장 수술해 주세요."


그렇게 시작된 수술은 한 시간 남짓 걸렸고 오늘로 삼일째 나는 깔대기를 뒤집어 쓰고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다.


다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수술자국... 


10일 후에 실밥 뽑으러 오라고 했으니 이제 일주일 남았다.




어제부터 식욕이 돌아와 마구 먹었더니 좀 살 것 같다.

그런데 깔대기는 계속 쓰고 있어야 하나? 

하루 종일 깔대기를 벗겨 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허사였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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