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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52

또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 해야할 시간이 돌아온 것인가? 늘 그날이 그날이고 보니 특별히 마무리 해야 할 일도 없다. 그렇다고 별 액션없이 그냥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것도 내 서른 아홉 날을 같이 했던 2011년에 대한 禮는 아닐 것 같다. 하여 누구처럼 새로 스물 여덟자를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그 훌륭하게 만들어진 글자로 훌륭하게 한해를 마무리 해야 할 것도 같다. 마무리는 언제나 그렇듯 작심삼일로 끝날 것이 뻔한 다짐으로 끝이 나야 정상이 되겠다. "내년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 될 것이얌." 그렇다. 최근 몇달 동안 잠에 푹 빠져버린 나를 건져 보자는 의미에서 내년엔 좀 일찍일찍 일어나는 것이 이사람의 새해 결심 되시겠다. "작심 삼일이 열번이면 한달이다!" 2011. 12. 31.
구토 아이를 서둘러 학교에 보내 놓고 다시 따뜻한 잠자리로 파고 들어 책을 본다. 1992년 2월에 번역되어 출간된 정가 3500원짜리 프랑스 소설... 책은 곧 스무살이 되어가고 누렇게 곰삭은 헌 책 냄새를 풍겼다. 번역과 동시에 사라져버린 작가 특유의 문체 대신 지루하고 딱딱한 서술이 펼쳐졌다. 1930년대의 프랑스 문화와 프랑스말을 알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책을 읽어도 사르트르의 본질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의구심이 자꾸만 고개를 쳐들어 독서에 집중을 할 수 없다. 또 갈등이 시작되었다. 언제부턴가 번역이 된 소설을 읽으면 이런 갈등 때문에 독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번역자를 못 믿어서라기 보다는 애초부터 드리워진 이해의 장벽이 거슬렸던 것이다. 차라리 책장을 들추며 내 스무살 무렵의 흔적들을 찾으며.. 2011. 12. 21.
걷기 중독 (사진 제목 : 나는 못 나간다 냐~앙!) 실내온도 20도에 고정이 되어 있는 우리집 보일러가 시도 때도 없이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걸 보니 바깥 날씨가 깨나 추운가 보았다. 창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의 느낌도 남달랐던 오늘, 나는 눈 속에 파 묻혀도 얼어 죽지 않을 만큼 옷을 챙겨 입고 밖에 나갔었다. 집을 나서며 골목길을 돌아 큰길을 가로질러 한 참을 걸으니 몸이 따뜻해 지는게 느껴졌다. 좀 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몸에서 땀이 날 것 같아 산 밑에 있는 첫번째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걸었다. 대책 없이 몸 밖으로 흘러나온 땀이 식어버리면 몸이 갑자기 차가와져 감기에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운 날은 땀을 흘리는 것도 생각하며 흘려야 할 일이다 싶었다. 걷다 쉬다 걷다 쉬다를 .. 2011. 12. 17.
눈이 오던 날... 그저께... 금요일 오전 9시 즈음... 눈이 왔었다. 눈은 금방이라도 수북이 쌓일 것처럼 펑펑 쏟아졌으나 쌓이지는 않았다. 거리엔 여전히 영상의 온기가 남아 있어 눈이 쌓일 새도 없이 소리없이 녹여버렸다. 영하의 그 매섭고 차가운 냉기가 땅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 때까지는 눈이 내린다 하나 쌓이지는 않을 것이다. 금요일엔 눈이 내리다 해가 떴고 다시 눈이 내리다 해가 떴다. 그 시간들 사이로 나는 만보기를 허리춤에 차고 눈을 맞으며 걷다 햇볕을 쬐며 걷다를 반복했다. 집으로 돌아와 만보기의 10411이란 숫자를 확인했었다. 목요일에 세었던 숫자는 1000번을 더 센 것도 또 덜 센 것도 아니었나 보다. 2011. 12. 11.
'만(萬) 걸음을 걷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만(萬) 걸음을 걷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며칠 전 서랍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만보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보기는 서랍속에서 얼마를 그렇게 잠들어 있었는지 리셋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고장 난 것이었는지 베터리가 다 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萬) 걸음을 걷는데는 몇 시간이 걸릴까?' 집안의 이곳 저곳의 정리를 끝내고 침대와 이불에 붙은 고양이 털을 테이프 클리너로 떼어내고 청소기로 청소를 마무리할때까지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 한 번 걸어 볼까?' 그렇게 시작된 걷기... 잠들어 있는 만보기는 잠 자게 놔 두고 직접 걸음을 세며 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100보를 걸을 때마다 손가락 하나를 접어가며 걸음을 세었다. 1000걸음, 200.. 2011. 12. 8.
택배로 받은 다육식물 13종 라일락 녹비단 양로 라울 레티지아: 웃자랄 기미가 보여 줄기 절단 레티지아 홍화장 리틀장미 파필라리스 정야 호랑이발톱(좌)과 거미바위솔(우) 블랙프린스 부사 새로나온 다육식물이 있을까 하여 동네 화원에 갔었지만 거기서 파는 다육식물은 이미 다 집에 있는 종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좀 더 새로운 종류의 다육식물이 필요해서 인터넷을 뒤져 주문을 했었다. 생전처음 택배로 받아 본 식물이다. 작은 포트를 종이컵에 담고 식물 주위를 솜으로 싼 다음 다시 종이컵을 덮어 포장이 되어 온 다육식물 13종. 꼼꼼하게 싸여진 포장을 벗기고 솜을 떼어내는 대만 몇시간... 다행이 다친 것 없이 모두 무사했다. 이틀 후 작은 포트에 심겨진 다육이들을 작은 옹기 화분으로 모두 옮겨 심었다. 요즘은 자주 다육이들을 바라본다... 2011. 11. 22.
포인세티아-축하.축복합니다. 연례 행사인 김장을 끝내고 의례 찾아오는 몸살이 올해는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서 병원에 다녀 오는 길, 빨간 잎이 인상적인 포인세티아가 눈에 확 들어왔었다. 화원 앞에 우르르 몰려나와 있는 것들 중 제일 튼튼해보이는 걸로 하나 골라 사서는 집으로 돌아와 분갈이를 했었다. 빨간 잎에 둘러싸여 꽃망울이 오종종하게 맺혀있고 꽃술로 보이는 것들이 노랗게 삐죽 나와 있긴 한데 지금 이것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꽃의 모양은 일주일째 변함이 없고 줄기 아랫부분의 잎은 노랗게 말라 서너개 떨어졌다. 제대로 크고 있는 것인지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는 조금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꽃말을 검색을 해보니 축복합니다,축하합니다 라고 했다. 2011. 11. 22.
햇살이 그 애살스런 생을 다 할 때.... 열어 놓은 창문으로 신선한 공기가 밀고 들어왔다. 11월, 늦가을 아침의 공기는 초여름 첫 새벽의 공기를 닮았다. 새로 나기 위해 모든 것을 떨구어야 할 시점에서 싱그럽고 상큼한 첫새벽의 향기라니... 계절도 퇴행을 하는지 수상한 바람이 나뭇잎을 스친다. 이제 떨어져야 하는데, 떨어져 낙엽이 되어야 하는데... 초록을 다한 잎은 차마 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바람에 흔들린다. 그러자 태양으로부터 시작된 그 멀고도 곤한 여정을 나뭇잎에 내려앉아 풀어 놓던 햇살이 애살스럽게 반짝였다. 무수히 많은 잎새위에 무수히 많은 햇살들이 곤궁하게 내려앉아 그 마지막을 알리는 오늘 오늘도 낙엽은 바짝 마른 햇살을 껴안고 그 무겁고 긴 장송곡을 부를 것이다. 2011. 11. 4.
팬티를 입고 있는 내복을 세탁기 속에서 꺼내며... 세탁기가 빨래 다 됐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길래 갔었지. 큰 맘 먹고 빨래를 널어 주자 싶어서. 그런데 빨래 건조대에는 이틀 전에 빨아 널은 옷가지들이 질비하게 널려 있는 거야. 어제 걷어서 서랍장에 넣어 뒀어야 했는데... 일이 밀려 있으니까 왜 이렇게 하기 싫고 귀찮니? 하는 수 없이 다시 한 번 커~다란 마음을 먹고 빨래 건조대에 널린 옷을 모두 걷었어. 한아름 되는 옷을 안고 안방으로 가는데 참 갈등 되더라. 이걸 그냥 침대에 올려 놓고 빨래를 널 것인지 아니면 지금 몽땅 개어 넣고 빨래를 널 것인지가. 빨래는 너는 것도 싫지만 걷어서, 개어서 서랍장에 넣는 건 더더더 싫거든. 생각 같아서는 그냥 침대에 툭 던져 놓고 나오고 싶었는데 참았어. 후딱 정리를 해 놓지 않으면 일이 자꾸 늘어져서 하루.. 2011. 10. 28.
또 하루가 저물면... 길고 부산스런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종일 집안일을 하며 분접을 떨었던 것 같은데 막상 무엇을 했던가 생각을 해보면 딱히 기억나는 일도 사건도 없다. 그저 삶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했을뿐이라고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중얼거린다. 건조하게 너무도 건조하게. 2011. 10. 19.
모두 끝나버린 그러나 또 다시 시작하려는 것들 2011 10 09 남사들판의 씀바귀씨 2011 10 02 봉화의 민들레씨 2011. 10. 14.
10월의 어느 햇살 좋은 날 10월 어느 오후 햇살 찬란한 한 때, 자동차 차창에 매달려 빛을 잡으려고 애를 쓰다 우연히 낡은 정자 하나를 프레임에 가뒀다. 허물어져가는 처마 끝으로 어렴풋 보이는 세개의 현판이 세월의 흔적을 감싸안고 싸늘히 식은 주검처럼 괴괴하다. 그로데스크한 검은 정자와 햇살을 받으며 해찰거리듯 반짝이는 빨간 트랙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먼 과거에서나 번성했을 법한 텃밭의 아주까리와 물가의 무성한 갈대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짓지 못하며 그저 몽롱한 햇살 속에 서 있을 뿐이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 아포리아적 세계가 오후 햇살을 받으며 자글자글 들끓고 있었다. 201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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