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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My name is '옥수수'

by 서 련 2019.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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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옥수수

 

안녕? 옥순이야.

겁나 오랜만이지?

 

나 얼마 전에 "옥수수"로 개명을 했어

이름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사랑스러운 하녀가 '옥수수'라고 부르더라.

반려 동물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지으면 오래 산다나 뭐라나하면서 자꾸 옥수수 타령을 하는 거야.

 

수술 후에 줄곧 나만 보면 '옥수수' 그러는데

난 옥수수 먹고 싶냐는 소리로 알아듣고 "냥~" 그랬지.

그랬더니 하녀는 내가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줄 알고

그 후로 계속 옥수수라고 불러.

 

 

생년월일: 2010년 5월 4일

 

사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인데 '옥순이' 보다는 '옥수수'란 이름이 훨씬 낫지 않아?

예쁜 이름 다 놔두고 왜 하필 옥순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막상 옥순이란 이름과 작별을 해야한다니 좀 서운하기도 했어.

 

하지만 오래 살아달라고 바꿔준 이름이라고 생각하니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이해 하기로 했어.

 

 

 

 

본적: 스코틀랜드

 

20년 묘생의 중반에 다다르고 보니 이해가 안 될 것도 없고

이해를 못 할 것도 없드라 이거지.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를 먹으면 이해심이 깊어지나 봐.

예전엔 밖에서 떠드는 소리만 들려도 창가로 뛰어올라 "으르렁" 거리곤 했는데

이젠 그러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내가 "으르렁" 거린다고 싸움을 멈추는 것도 아니고

싸움은 싸울 만큼 싸워야 멈춰지는 거라고 하녀가 그랬거든.

 

생각해보면 하녀 말이 맞는 것 같아.

울 하녀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현명해지는 것 같아.

 

 

 

모태 솔로

 

그나저나 요즘 아카시아 꽃이 피는 계절인가 봐?

창문 저 너머에서 슬픈 향기가 솔솔 밀려들어와.

 

아카시아꽃 향기, 찔레꽃 향기 등등......

 

우리 집 하녀는  이맘때 피는 꽃은 향기가 참 슬프다고 했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그 말이 어떤 건지 좀 알 것 같아.

나도 요즘은 아카시아 향기가... 많이 슬프거든.

 

슬플 땐 소주가 약이라며?

오늘 우리 하녀의 저녁은 "자두에 이슬"이었지 아마?

새로 나온 과일 소주라고 맛있다고 난리를 치며 벌컥벌컥 마시더니

취해서 골아떨어졌나봅니다.

 

나도 자야겠다.

안녕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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