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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집으로 오는 길,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by 서 련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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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종일 눈이 왔다.
하루 종일 일은 뒷전이었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만 바라보았다.
하얀 눈의 낭만? 뭐 이딴 걸 생각하느라 그런 건 아니었고 당장 퇴근해서 집에 갈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4시가 지날 무렵 눈발이 점점 거세졌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하던 일을 팽개치고 조기 퇴근을 했다.
길이 얼기 전에 얼른 집으로 가는 게 상책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려면 먼저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자동차를 구해 줘야 한다.
나는 트렁크에 실린 고무 밀대를 꺼내 자동차에 소복히 쌓인 눈을 재빠르게 밀어내고 거북이 주행을 시작했다.


느릿느릿 20분을 달렸을까? 갑자기 길이 너무 밀리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미끄럼 사고가 난 것 같았다.
눈은 펑펑 쏟아지고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밟다가 차가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두어 번 받았다.
미끄러울 땐 가속페달은 될 수 있으면 살살 밟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앞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혹시 반대편 차가 내쪽으로 미끄러져 오지는 않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1시간 30분을 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같으면 3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하지만 감사하게도 무사히 도착했다.


와중에 창문을 열고 펑펑 내리는 눈을 찍어 보려고 했던 걸 보니... 눈이 그닥 싫지만은 않았나 보다.
그래, 겨울은 원래 눈도 많이 오고 원래 추운 거다.
오늘도 겨울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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