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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나도 하고 싶은 일 하며 살 거야!

by 서 련 201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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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마음으로 출근을 한 후 비교적 차분한 마음으로 블로그를 연다.
나는 지금  글을 배우려는 일념으로 매일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이 곳으로 오는 한 아주머니를 기다리기고 있다.
약속 시간이 15분이나 지났다.
'오늘은 오시지 않으려나?'
내심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개를 쳐든다.
창문을 열고 주차장을 바라 보지만 텅빈 주차장만이 보일 뿐이다.

'지금 난 뭘 하는 걸까?'
멍하니 시계만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난 지금 뭘 하는 걸까?


누군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아주머니다.
오종종한 얼굴에 다무지게 다문 입술에 엷은 미소를 흘리며 학원 문을 밀고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센터장님이 본부에 교육 가시는 날이라서 제가 수업을 해요."
"괜히 저때문에 일찍 나오셨나보네요?"
"아니예요. 게의치 마세요."

외투를 벗고 책상에 앉은 아주머니는 쉬운글 16번 교재를 떠듬떠듬 읽기 시작한다.
" 호.랑..이... 는 몹시... 기...뻐..ㅆ.. 어요..."

두어 달 전보다 읽기 속도가 훨씬 빨라진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오후 12시 40분...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가방을 든 아이들이 러닝센터로 몰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책상에 앉아 거의 기계적으로 아이들에게 받아쓰기 단어를 불러주고 교재를 풀리고 채점을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면 6시쯤 되어있다.


아이들 발길이 뜸한 시간을 틈타 오늘 오지 않은 아이들 집에 전화를 한다.
"몇시까지 하세요?"
라고 학부모는 묻지만 자기들 편한데로 아이를 센터로 보낸다.
이렇게 운 나쁜 날은 9시가 넘어야 퇴근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운 나쁜 날이 어쩌다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매일 이런 날의 연속이다.


밥을 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먹을 게 있는지 내 아이는 자꾸만 살이 찐다.
알림장에 싸인을 해 줘 본지도 언제인지 모르겠다.

'나 왜 이렇게 살지?'
정말... 나 왜 이렇게 살지? 생각해 보면 궂이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될 일을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돈?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래, 이건 아니야!
이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

나 그래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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