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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제수 장만하기

by 서 련 201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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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시조부 제사가 있다.
내가 맡은 음식은 나물,동태전,두부전,산적,조기,과일이 전부여서 별로 힘들 것도 없다.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추석때는 허리가 좀 휘청 했지만
지금은 과일값도 많이 내렸고 채소 값도 많이 내린 상태라 장보는 것이 겁이 날 정도는 아니다.

어제는 송북동에 5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거기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이미 아침운동으로 2시간을 뛰고 걷고 한 상태라 다시 시장까지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또 저녁마다 아이를 데리고 레포츠 공원으로 운동을 가야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좀 쉬어줘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 여름, 일을 그만 두면서 팔아버린 하얀색 승용차가 그리워질 무렵 남편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왔다.

"오늘 시간 좀 있어?"
"응, 2시 스케줄이 펑크가 나서 늦게 나가봐도 돼. 근데 왜?"
"잘 됐다. 나 송북시장까지만 좀 태워다 줘."
"왜?"
"낼 모레가 할아버지 제사잖아."
"아, 맞다. 알았어."


모처럼 '도움이 되는 인간'이길 자처한 남편의 차를 타고 편안하게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나물을 사고 과일을 살펴볼 때 쯤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새우가 30마리에 만원입니다~ 새우 사세요,새우~!"

그 순간 딸아이가 생각났다.
저녁마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뭐가 그리 먹고 싶은지
하루는 꽂게가 먹고 싶다고 했다가 하루는 낙지회가 먹고 싶다고 했다가 바로 그제는 새우가 먹고 싶다고 했었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새우는 아니었지만 그런데로 싱싱해보였다.
"두 마리 더 넣었어요." 라고 말하며 새우가 든 봉지를 건네며 생선가게 아줌마가 웃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나도 웃었다.

그리고는 머루포도 한 박스와 수박1통, 그리고 사과를 사서 집으로 돌아 왔는데
내 차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한 건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 숨을 돌리고 조기는 비늘 벗겨 소금물에 담궈 놓고,산적거리는 양념장에 재워 두고,
도라지와 고사리는 잘 씻어 물에 담궈 냉장고에 넣어 뒀다.
시금치도 대충 손질해서 야채실에 넣어 뒀으니까 오늘은 동태포랑 두부만 사면 된다.
그리고 내일은 운동을 다녀와 음식을 해서 용인 남사에 있는 시댁에 들러
아버님을 모시고 인천 큰형님 집으로 가면 된다.


지금은 2시 반... 아이를 6시에 저녁을 먹여서 운동을 시키려면 서둘러야 하겠구나.

아이는 내가 일한다고 내팽개쳐둔 지난 2년 동안 15킬로나 불었고 급기야 경도 비만이라는 딱지까지 붙었다.

이것도 내 탓이다. 그래서 늘상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많이 힘들다.

하지만 오늘 아침 아이의 몸무게를 확인하는 순간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 올라 하늘로 날아 오르는 기분이었다.
아이는 운동을 시작한 보름 동안 1킬로그램 가량 빠져있었다.
어제 새우 소금구이를 그렇게 개걸스럽게 먹었는데도 말이다.

자자~ 바쁜 일정을 소화 하려면 서둘러야겠지?
홍초도 떨어졌던데 동태포 사는 길에 홍초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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