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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고양이 보채기

by 서 련 2010.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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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앉아서 파란색 아크릴사로 수세미를 뜨고 있었다.
코바늘로 뜨는 것 보다는 대바늘로 뜨는 게 거품도 훨씬 잘 나고 오랫동안 쓸 수 있어서
수세미를 뜰 때면 주로 대바늘을 이용한다.
20코를 걸어 메이야스뜨기로 25단을 뜨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

다음주 부터는 살림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아크릴 실이 없어질때 까지 부지런히 수세미를 만들고 있는데
옥순이가 식탁위로 올라와 앞발 뒷발을 오므리고 앉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가 식탁위에 똥꼬 붙이고 앉지 말랬지!?"

주인이 야단을 치건 말건 옥순이는 난생처음 뜨개질 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나 역시 고양이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오므리고 있는 앞발과 뒷발이 너무 앙증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어 봐, 발 사진 좀 찍자."

저딴엔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난데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재미가 없었나 보다. 
이번엔 행운목을 타기 시작했다.

"유격 훈련~ 유격 훈련~"

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오를때면 애아빠가  항상 '유격 훈련~ 유격 훈련~'이라는 추임새를 넣곤 했다.
나 역시 의도하지 않게 학습이 되어버렸는지 옥순이가 나무를 오를 때마다 그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행운목에 올라 한참을 나뭇잎과 장난을 치다가 저도 지쳤는지 나무에다 배를 걸고 쉬고 있었다.
그때에 맞춰 셔터를 눌렀는데... 애가 참 어리버리하게 나왔다.

"이제 내려 와,나무 부러지겠다."

고양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무에서 내려오더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수세미를 다 만들고 심심해진 나는 고양이가 궁금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늘 침대 밑에서 자던 녀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서랍장 위에 올려둔 고양이전용 가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고양이는 하루 17시간은 자는 것 같다.

"야~ 이제 좀 일어나~ 맨날 잠만 자냐?"

사람이나 짐승이나 잠 잘때 건드리면 귀찮아 하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주인이 뭐라고 해서 눈을 떠야 할 것 같은데 눈은 떠지지 않고...




수염을 당기며 놀자고 보채길 여러번...
귀찮다는 듯이 겨우 앞발만 내 놓고 앉아 있다.

"이제 며칠 후 부터는 놀자고 보채지 않을테니 걱정마. 그 대신 너도 밤이면 밤마다 놀자고 보채기 없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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