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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알로카시아 부러지다

by 서 련 201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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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봄 방학이라 집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날도 나는 남편의 일을 도와주려고 서둘러 출근을 했었지.

바쁜 일을 다 끝내고 한가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는데 아이 한테서 전화가 왔다.
큰일이라도 난 것 처럼 숨 넘어가는 목소리를 하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아이를 진정시키고 자초지정을 천천히 물었더니
고양이가 창틀에 올라가서 바깥 구경을 하다가
바깥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놀라 급히 창틀에서 내려오다가 화분을 넘어뜨렸다는 것이다. 
진열대 위에 올려놓았던 화분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화초도 두 동강이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아이가 당황해 하며 횡설수설했던 말의 요지였다.

그래서 나는 깨진 화분을 만지면 다치니까
치운다고 만지지 말고 엄마가 갈 때까지 그냥 그대로 놔두라고 했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베란다 정리를 하면서 보니까 부러진 알로카시아 구근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알로카시아 줄기도 뽑아보니 뿌리가 엄청나게 생겨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통 속에 처박혀서 죽어가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용케 살아난 걸 보면
너희들은 쉽게 죽을 운명이 아니었나 보다.

 

 

 


기특하고 대견해서 화분에다 옮겨줘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찾아보니 마땅한 화분이 없었다.

 

 

 

그리고 하나의 개체가 되어버린 알로카시아 이파리...
그 이파리 무성하던 녀석이 대여섯 개의 잎을 떨구는 동안 대체 뭐하나 했더니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비록 지저분해져서 버리려고 내다 놨던 화분에 심어 놓긴 했지만
다음 분갈이 때는 꼭 깨끗하고 화사한 화분에다 심어 줄게.
부디 넘어지지 말고 튼튼한 뿌리내리고 있으렴.
소라껍데기가 그때까지 너를 지켜 줄 거야.

고양이 너무 미워하지 말고 더불어 잘 살아 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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