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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아카시아 꽃과 거미 - 아카시아 효소와 진달래 효소

by 서 련 201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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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정오무렵,

 

"소풍가자고 해 놓고 아빠는 또 자는 거야? 칫... 약속도 안 지키고..."

 

금요일 저녁에 마신 술이 덜 깨 토요일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일요일 아침까지 잠에 빠져 있는 아빠 옆에서 아이는 참다 못 해 투덜거렸다.

마누라가 투덜거릴때는 '너는 떠들어라, 나는 잘란다.' 하던 남편이

실눈을 뜬 채 아이 말에는 무섭게 반응을 했다.

 

"아빠 안 자, 그냥 눈감고 있었던 거야, 이제 나갈 준비 하자."

 

약속도 안 지킨다는 아이의 말이 충격이었을까?

코까지 골며 잠을 자고 있던 남편은 자신은 잠을 잔 것이 아니고

그냥 눈을 감고 누워 있었던 것 뿐이라고 아이에게 시치미를 뚝 떼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양이를 포함한 우리 네식구는 일요일 정오무렵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있는 물가로 소풍을 갔었다.

 

아까시나무(아카시아나무) 밑에 돋자리를 깔고 앉아 아빠가 끓여준 라면을 먹으며

아이는 아빠에게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였다.

바닥에 떨어졌던 가장의 체면이 올곧이 서는 순간이었다.

 

 

 

 

 

어제 소풍 갔던 곳에서 따온 아카시아꽃이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음 무게를 달아보니 2킬로가 조금 넘었다.

 

아이가 아카시아꽃으로 만든 부침개를 꼭 먹어야 되겠다고 해서 애초에 꽃은 조금만 따려고 했었다.

그런데 꽃을 따면서 생각해보니 아카시아꽃으로도 효소를 만들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비닐 봉지에 꽃을 가득 담았었다.

 

 

 

오늘,

아카시아꽃 2킬로를 설탕 2.5킬로에 버무려서 김장봉투에 넣어 놓았다.

설탕이 다 녹으면 항아리를 하나 사서 거기에 넣던지 아니면

그냥 4리터 들이 글라스락에 보관을 하던지 해야겠다.

 

지난 4월에 담아 놓은 진달래 효소를 들여다 보려고 항아리를 꺼냈는데

항아리 뚜껑위에 초록색 거미가 한 마리 보였다.

 

 

 

 

꽃 속에 사는 작은 초록색 거미...

아카시아꽃 속에서... 그러니까 꽃밭에서 놀다가 봉변을 당한 모양이다.

 

 

벌레가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쓰면서 꽃을 따긴 했지만

저렇게 조그마한 거미는... 속수무책이다 싶다. 

 

 

 

 

 

항아리 뚜껑 위를 하염없이 맴돌고 있는 거미를

다시 꽃밭으로 보내 줘야 하나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창밖으로 밀어냈다.

거미가 잘 살든 잘 살지 못 하든 내 임무는 여기까지다.

 

 

 

(발효중인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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