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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지긋지긋한 털뭉치

by 서 련 201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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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집안을 꼬릿하게 감도는 청국장 냄새를 빼려고 환기를 시키는 사이 창가로 올라간 우리집 흰냥이.

겨울엔 창문이 종일 닫혀 있어서 바깥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아

창문이 열린틈을 타서 바깥구경을 실컷 하겠거니 했는데

어째 밖을 내다보는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때문인지 금새 창틀에서 내려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청소기로 바닥 청소를 끝내고

롤테이프로 이불에 붙은 냥이 털을 제거하려고 하다가

나는 하마터면 이불 속에 숨어있는 고양이를 깔아뭉갤뻔했다.

 

실제로 며칠전에는 애아빠가 이불속에 고양이가 있는지도 모르고 침대로 뛰어들다가

하나밖에 없는 흰냥이를 잡을뻔한 적이 있었다.

 

그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오늘 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분명 침대밑에 아방궁같은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건만...

 

 

 

 

이리 나오라고, 이불에 털 묻히고 제발 좀 그러고 다니지 말라고,

너는 냥이고 우린 사람이니 잠자리 영역만은 구분짓고 살자고,

아무리 잔소리를 늘어 놓아도 소용이 없다.

 

 

 

"너는 실컷 떠드세요, 나는 안 들으면 그만이에요"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가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잠시 노려봤더니

눈인사를 하자고 눈을 깜빡이는 것이었다.

 

 

 

 

이불에 붙은 털을 떼는 동안 저는 제 보금자리로 돌아가겠지?

 

 

 

 

그런데 이녀석 꿈쩍도 안한다.

 

 

 

 

 

하품을 연발하며 곧 거기서 낮잠을 잘기세...

 

그런데 가지런히 포개놓은 앞발 때문에 나는 더이상 잔소리를 하지 못했다.

 

'너는 어쩌자고 그렇게 귀여운 것이냐!'

 

이것이 내가 이 지긋지긋한 털뭉치를 내치지 못하는 이유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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