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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다육식물 - 까라솔/적심

by 서 련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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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키우던 다육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추위에 약한 식물이 온기가 없는 시골집에서 겨울을 잘 날 수 있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중 까라솔은 1년 사이 몸집이 세배나 불었는데 옮기는 과정에서 상처가 많이 났다.
까라솔은 조심히 다뤄야 하는 식물이다.
잎과 잎이 서로 부딪히는 부분은 까맣게 변하고 조금 과하게 눌렸다 싶으면 여지없이 까맣게 멍이 든다.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했는데 여기저기 멍이 들었다.

곁가지도 하나 부러져 나갔다. 내 실수였다.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틱 반찬통을 하필이면 까라솔 위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아름다운
꽃송이 하나가 그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댕강 부러진 것이다.

가운뎃 기둥을 중심으로 곁가지 5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날아든 플라스틱 통 때문에 까라솔의 완벽함에 흠집이 생겼다.


얼굴 없는 가지를 잘라내고 보니 그 보다 조금 위에서 새로운 가지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새로 나온 싹에게는 그늘이 없어졌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순 없겠구나!라고 위로라도 해야겠다.

가위를 든 김에 밉게 올라온 가지를 추가로 잘라 주었다.

까라솔 그늘 아래 잘린 가지들이 그득하다.
자른 단면이 잘 아물면 보드라운 흙에다 삽목을 해야겠다.
심하게 멍이 든 잎도 잘 떼어내어 잎꽂이를 해 보면 어떨까?
흠... 일을 키우지 말자.

이 녀석들은 지난여름에 가지치기로 모체와 분리된 아가들이다.
몇 달 사이 키도 많이 크고 제법 인물이 난다.
적심을 하면 새로운 개체들이 덤으로 생긴다.
그런 면에서 잎꽂이가 잘 되지 않는 까라솔도 은근 출산드라다.

2012년 봄

사실 까라솔을 다시 키우게 된 계기가 있었다.
2012년 봄에 블로그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문득문득 나는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날도 우리 집 고양이의 선홍색 귀가 찍힌 사진이 생각나서 블로그를 뒤졌다.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우리 집 고양이의 선홍색 귀가 귀여운 사진이었다.
10년 전, 우리 집 고양이는 정말 생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고령이라 맨날 잠만 잔다.
생기 넘치던 고양이가 문득 그리웠다.

2012년 봄 까라솔

고양이의 젊은 한 때를 함께했던 까라솔도 그리웠다.
그래서 다시 키우게 되었는데 이젠 누가 달래도 주지 말고 애지중지 해가며 함께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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