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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으로 피어나라

매화(매실꽃)/아주 특별한 봄 날

by 서 련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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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남편이 시골집에서 꺾어온 매실나무 가지에서 꽃이 피었다.
매실이 하나라도 더 열리게 둘 일이지 엄한 가지는 왜 꺾어 왔냐고 나는 야단을 부렸었다.
그 야단이 무색하게 가녀린 가지 끝에서 꽃봉오리가 열렸다.

꽃 봉오리가 채 여물기도 전에 꺾어 온 것이라 꽃잎은 작고 꽃술만 소란했다.
제 나무에 그대로 있었다면 더 크고 소담스런 꽃잎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라도 봄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꽃잎의 꿈을 무참히 꺾었다.

 

나는 남편이 유리 물컵에 꽂아 놓은 매화 가지를 코발트블루 색상의 항아리 머그에 옮겨 꽂았다.

만개하지 못한 꽃봉오리에 손이 닿자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떨어졌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는구나...'

꽃이 떨어지기 전에 사진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카메라를 꺼냈다.

 

창가로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어두운 색의 머그잔이 하얀 꽃의 배경이 되어주었다.

머그잔에 담긴 물도 남색 빛을 띠었다.

혹자는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 사진을 주려고 너는 내게로 왔을까?

무참히 꺾인 매화가지와 코발트블루 색상의 머그잔 그리고 아침 햇살이 나만의 시간 속에 남겨졌다.

2023년 특별한 봄날,

봄을 소유하려 했던 인간의 욕망이 물 잔 속에서 이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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