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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7

이상과 현실

by 서 련 2007.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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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조회(252)
Memory of the day 2007/01/05 (금)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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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회원정보수정에 들렀다가 우연히 비밀번호 재발급 질문을 보게 되었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이란 질문에 노랑색이라는 답변을 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노랑색? 갑자기 난 내가 정말 노랑색을 가장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제껏 누가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노랑색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생각하니 난 어떤 색을 편애하면서까지 애착을 가지고 좋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질문이 "가장 좋아 하는 색깔"에서 가장을 뺀
그냥 "좋아 하는 색깔"은 무슨 색이냐는 물음이었으면 머릿속이 한결 가벼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질문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질문으로 바꿔 넣으려고 질문 선택란을 클릭해 보았다.
아버지의 고향은 어디인가? 에서부터 시작해서 좋아 하는 애완 동물은 무엇인가?까지
모두 13종류의 질문이 준비 되어 있었다.
그 중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었다.
난 주저 없이 그 질문을 선택한 다음 "달과 6펜스"라는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그래놓고 다시 보니....
질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아니라 "감명 깊게 본 영화"였다.
나는 질문 선택을 잘 못 한 줄 알고 다시 찾아 보았다.
하지만 "감명깊게 읽은 책"이란 질문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착각을 한 모양이다.
요즘은 사소한 부주의 때문에 착각하는 일이 많다.
 
달과 6펜스...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는 지금 까지도 내게 무거운 번뇌를 안겨 주는 책이다.
폴 고갱의 생애를 모티브로 해서 쓰여진 이 소설에서 달이란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을 말하는 것이고
6펜스란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탱해 주는 물질, 곧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그 책을 처음 접하던 사춘기 시절엔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존재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의 난 "이상을 향한 맹목적인 순종을 했었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십 수년이란 세월을 훌쩍 뒤어 넘은 지금, 내게 있어서 이상이란 무엇인가?
6펜스의 무게에 밀려나버린, 그냥 그저 그런 한 여름 밤의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나이가 들수록 버거운 현실 앞에 무기력한 내 이상은 차즘 망각의 늪 속으로 빠져 들었고
그 허무함이 전신을 마비 시킬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망각을 깨워버리고 허무함을 밀어버린 건 내 이상을 향한 미련이었다. 집착이었다.
하지만 난 안다. 그것이 정녕 미련과 집착이라고 할지라도 난 끝까지 그 길을 고집할 것이란 걸...
앞으로 부딪힐 일이 많겠지... 요즘 처럼 좌절하는 날도 많겠지...
하지만 해 보는 거다.
희망은 없다.
그러나 포기 하지 않는 이상 절망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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