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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화초와 고양이

by 서 련 2010.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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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이 입전의 잎이 너무 쪼글쪼글 해서 물을 양껏 줬더니 그게 사단이었나보다.
풋풋한 싱그러움을 자랑하며 훌쩍 웃자라 버렸다.
저렿게 웃자라버린 다육이는 약해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잎을 떨어뜨린다.
그 덕에 잎꽂이를 많이 해둬서 지금 시댁 베란다에는 다육이 아가들이 빠글빠글하다.
고양이 옥순이가 요즘 부쩍 점프 실력이 좋아져서 심심하면 창틀에 뛰어 올라 다육이들을 괴롭해려고 하지 뭐야.
그래서 분무기로 고양이 얼굴에 물세례를 많이 내리고 있지.
시댁에 있는 다육이 아가들은 심술맞은 고양이에게 조금 얹어 맞더라도 잎을 떨구지 않게 튼튼하게 키워야겠다.

이렇게 화분이랑 고양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그 생각이 나.
어떤 할머니가 이웃 집 고양이가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화분을 넘어뜨려서 아파트 13층에서 던졌다는 뉴스 말이야.
동물 애호가 들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고 그 할머니를 비난하겠지만
난 생각이 좀 달라. 그렇다고 그 할머니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생각은 절대 아니지만

고양이에 대해 조금의 이해가 있었던 할머니라면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을 거란거야.
만약 이웃집 그 고양이가 밖을 어슬렁거리다 급하게 볼일 볼 신호가 왔다고 치자
고양이는 화장실이 될만한 곳을 찾았을테고

그때 마침 할머니 화분을 발견하고 거기서 실례를 한 후 뒷처리를 한다고 생각해봐.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자신의 응가를 흙에다 파묻는 습성을 가졌지.
그래서 할머니 화분의 흙을 마구 파서 자신의 응가 내지는 쉬아를 감추려고 바지런을 떨었을 거야.
고양이에게는 생리적 현상을 처리하려는 지극히 자연스런 행동이었다는 걸 그 할머니가 조금 이해했더라면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을거란 말이지 내 말이.



그건 단순히 동물을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문제를 벗어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라는 감정과도 맞물려 있는 것 같아.
애완동물이 애완의 수준을 넘어 반려 동물이라고 불리는 요즘시대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이 반려 동물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

범위를 좀 더 넓혀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반려식물이란 계념을 뒤집어 씌워
13층에서 고양이를 던져버린 할머니의 입장을 생각해보자구.

아침 저녁 들락 거리며 화초에 물도 주고 햇볕도 보여주고 잎에 쌓인 먼지도 닦아주고 아주 정성껏 돌본 화초가 있어.
이제 막 그 화초가 주인의 정성에 보답할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운 상태야.
이때 주인은 정말 흐믓하다 못 해 황홀의 경지를 느끼겠지?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고양이란 녀석이 애지중지하던 그 화초를 처참하게 망가뜨렸다고 생각해 봐.
열불 나겠지?
눈이 뒤집어지겠지?


그렇지만 백 번 생각해도 그 방법은 잘 못이었어. 너무 경솔했다구.
앞으로 집앞에 고양이가 자꾸 나타나는데 어쩐지 고양이 오는 게 너무 싫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분무기를 추천하겠어.
물을 싫어 하는 고양이가 얼씬도 못하게 물을 흠씬 뿌려 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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