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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고양이와 열대어

by 서 련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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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면서 요즘 옥순이가 쉬아를 너무 과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잘 못 먹였나? 곰곰히 생각해 봐도 나는 고양이에게 사료와 약간의 간식 외엔 먹인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장에 방치하다시피 올려 뒀던 어항 옆에서 고양이를 발견했다.
책장도 흰색이고 고양이도 흰색이라 얼핏 봐서는 고양이가 어항 옆에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였다.

'쟤가 저기서 뭘 하는 거지?'

나는 한 동안 가만히 지켜 보았다.
옥순이는 조그마한 열대어가 이리저리 헤엄치는 걸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기하게 쳐다고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항에 물을 갈은지도 한참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여름에 냇가에서 건져와 심어둔 수초도 잎이 하나도 없고 줄기만 앙상했다.

'내일은 꼭 어항 물을 갈아 줘야지.'




나는 어항 물을 갈기 위해 2리터 들이 밀폐 용기에 수돗물을 받아서 싱크대에 올려 두고 다시 어항 앞으로 왔다.
그런데 고양이가 앞발을 어항에 쑤셔 넣고 열대어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더니 저 시커먼 물을 혓바닥으로 핥아 먹는 것이 아닌가!
그냥 열대어가 귀여워서 쳐다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고양이에겐 또 다른 흑심이 있었나보다.

'어항 물을 다 마셔버린 후에 너희들을 꼭 자바 머글 끄야~!!!'
고양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그러느라고 시도때도 없이 오줌 쌌지? 어? 어항물이 얼마나 드러운데!"

나는 고양이를 책장에서 얼른 끄집어 내어 엉덩이를 한대 때려줬다.
토실토실한 엉덩이 살에 손바닥이 닿으며 철푸덕 소리를 냈다.


 

그 일이 있은 바로 다음 날 어항에 물을 갈아 줬다.
줄기만 앙상한 수초는 버리고 인공수초를 몇개 넣어 나름대로 깜찍한 어항을 연출했다.



그리고 열대어 들에게 오랜만에 먹이도 줬다. 얼마만에 주는 먹이인지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 동안 얼마나 배고 고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열대어들이 배가 너무 고파서 고양이라도 잡아 먹으려는 생각을 했다면?
고양이는 정말이지 큰 일 날 뻔 했다는 과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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