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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술래잡기

by 서 련 201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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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생후 4개월하고도 10일째 되던 날...)



휴대폰 알람으로 맞춰놓은 새벽닭이 울었다.
일어나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5분후에 알람이 다시 울리도록 정지 버튼은 누르지 않고 곧바로 침대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옥순이가 쏜살같이 내 옆으로 달려와 온몸으로 비벼 댄다.
"왜 그래, 저리가 귀찮아."
나는 고양이를 살짝 밀었다.
쿵하고 고양이 옥순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옥순이는 잘 울지 않는다.
처음에 데리고 와서 며칠간 우는 걸 보지 못해서 혹시 성대에 문제가 있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에~옹'하고 시원스럽게 울던 날 고양이 울음 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처럼 우리 세식구는 기뻐했었다.
말하기 싫어하고 낯가림도 심하고 소심한 것이 꼭 나를 닮은 것 같아 어떨땐 참 신기하다.

그런 고양이가 일어나서 저랑 놀아달라고 온몸으로 비벼대고 있는데 침대에서 밀어버린 거다.

나는 정말 살짝 밀었는데 떨어지는 소리가 깨나 거창했다.
침대에서 떨어진 고양이는 여전히 울지 않았다.

'죽었나?'

은근히 걱정이 되어 침대 밑을 내려다 보는 순간 녀석이 침대로 펄쩍 뛰어 올랐다.
주인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확인한 후
녀석은 다시 쏜살같이 거실로 뛰어 나가 커다란 화분 뒤에 웅크리고 숨어서 나를 지켜봤다.


'뭐야, 새벽부터 술래잡기 하자고?'

하는 수 없이 나는 술래가 되어 화분 뒤에 숨어 있는 고양이에게 살곰 다가가서 어흥~!하고 놀래켜 줬다.
그리고 나는 날렵하게 침대로 달려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만 빼꼼히 내밀고는 고양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흑고,고양이가 발소리를 죽이며 침대 밑까지 다가왔을때
나는 침대 밑 고양이에게 얼굴을 내밀고 또 다시 어흥~! 거렸다.

제대로 놀란 고양이는 꼬리털을 부풀리며 전력질주를 하다가 그만 미끄러져서 화분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깔깔거리고 웃고 있는데 녀석이 다가왔다.
복수라도 할 건가? 발놀림이 장난이 아니였다.
이럴땐 장갑을 끼고 놀아줘야 상처가 안나는데...
애석하게도 장갑을 찾을 새도 없이 고양이가 달려 들어 손가락을 꽉 깨물더니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얏~! 이 시키가~! 잡히기만 해 봐랏~!"

새벽부터 아녀자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었다.
"야옹" 소리가 아닌 걸로 봐서는 그녀는 고양이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8월 24일 (생후 3개월하고도 20일째 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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