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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우리들의 조촐한 파티

by 서 련 201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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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다육식물. 위 왼쪽부터, 청솔,특엽옥접,프리티, 바위솔, 유접곡)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짙은 하늘색 표지의 다이어리 한 권 3,000원, 같은색 표지의 연습장 2,000원, 검정색 네임 펜 1,000원, 노랑색 표지 수첩 1,000원,하늘색 털장갑 1,000원, 위생팬티 2장 6,000원, 맥심 믹스커피 3,000원, 분홍색 채칼 2,000원, 빨강색 파 채칼 1,000원, 하늘색 유리 꽃이 예쁜 흡착 행거 1,000원,튀김용 대나무 젖가락 1,000원...

 

다이어리 한 권 사러 다이소에 들렀다가 이것 저것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으로 오는길,

미니 홈플러스에서도 이것 저것들이 장바구니에 담겨졌.

 

삼겹살 2팩 23,600, 맥주 3,960원, 사이다 650원, 환타 1,250원, 우유 2,300원, 상추 1,490원, 깻잎 980원,계란 5,600원, 유산균음료 800원.

 

집으로 돌아와 쌀을 씻어 밥을 하고, 계란찜을 하고,

새로산 파 채칼로 파채를 만들어 매실액과 식초를 넣고 새콤달콤 파채를 무쳤다.

 

그리고 시작된 딸아이와의 조촐한 삼겹살 파티.

 

불판에 삼겹살과 마늘과 새송이버섯을 노릇하게 구워 낮잠자는 남편을 깨웠으나

구운 고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잠이 더 맛있다 했다.

 

깻잎과 상추 위에 파채무침을 올리고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마늘, 새로지은 고슬한 쌀밥을 조금 올려 쌈을 싸서 잎에 넣었다.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마늘이 깻잎, 상추와 파채에 휘말려 쌀밥과 비벼지며 절묘한 맛을 내는 순간,

목구멍으로 들이켜지는 한 모금의 맥주는 사막에 내리는 비처럼 짜릿하고 달콤했다.

 

오랜만에 구운 고기를 먹던 딸아이는 두 손을 꼭 쥐어 턱아래로 올리고는 맛있다며 파르르 떨었다.

짙은 하늘색 다이어리 한권과 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 딸아이를 무척 행복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오늘 무지 행복했다.

 

먹고 치우는 일이 이렇게 즐거워지다니...

나는 다시... 사는 게 즐거워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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