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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옥순이와 행운목

by 서 련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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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워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옥순이...

요즘은 자기가 고양이란 사실을 망각한 채 틈만 나면 집안 곳곳을 획획 날아다닌다.
불어나는 몸집 만큼이나 그 녀석이 지나간 자리의 파장도 점점 커져만 간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는 사진 속의 행운목.

(예전의 싱그러운 모습은 여기를 클릭)

수 년 동안 우리집 현관문을 꿋꿋이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 발톱으로 문신이 새겨질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뿐만 아니라 고양이란 녀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 몸을 기어 올라와
반질반질 윤기나는 나뭇잎에 발톱 자국을 새겨넣는다?

행운목이 움직일 수만 있다면 아마 고양이는 애저녁에 박살이 났을텐데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한이겠다.
그러나 여전히 주는 물 잘 받아 먹고 묵묵히 새 잎을 피워 올리는 걸 보면 참 기특하다 못해 대견하다.

4-5년전 애아빠가 다 죽어가는 행운목 한 그루를 버릴 곳이 마땅찮아 집으로 들고 온 걸 화분에 심어 뒀었다.
잎도 다 말라서 겨우 6-7개 밖에 없었지.
그때도 죽을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무성하게 잘 자라 줬는데 껍질 조금 벗겨진 것 쯤이야 거뜬히 이겨내겠지?
모양새가 험해졌다고 내가 버리기 전엔 끄떡 없이 잘 버텨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며칠전에 누가 송이 삶은 물이 좋다고 해서 송이버섯을 넣고 차를 끓였었는데
너무 비려서 도저히 못 마시겠는 거다.

그래서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차갑게 식혀 행운목에다 듬뿍 뿌려 줬었지.
귀한 송이버섯 차를 마셨으니까 이젠 옥순이가 괴롭혀도 조금 참아 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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