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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아버지와 옥수수

by 서 련 202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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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밭 둑에 심은 옥수수가 익었다.

아버님이 계신 요양원에 들러 아버님을 모시고 시골집으로 왔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요양원 외출이 이번 코로나 확산 사태로 금지될까 봐 서둘러 외출 신청을 했었다.

옥수수는 수염이 까맣게 되면 먹을 때가 된 것이다.

아버님은 작년 9월에 노환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신 이후, 10개월 만에 집으로 오셨다.

남편은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싶어 했다. 자기 혼자서도 충분히 아버지를 케어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휠체어를 탄 아버지를 승용차 안으로 옮기는 첫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아버지를 달랑 안아서 승용차에 태우면 되겠지 했다는데...
통나무처럼 뻣뻣해진 아버지는 좀처럼 달랑 들리지 않았고 남편이 손만 대도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씨만 뿌려 놓고 가꾸지 않아서 알이 작다.

의욕만 앞서고 모든 것이 서툰 남편을 발 벗고 도와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남편에게 당신이 아버지의 겨드랑이를 잡고 상체를 들어 올리면 나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함께 옮겨보자고 했다.
깡 마른 노구는 돌덩이처럼 무거웠고 인지증 환자의 노여움은 산처럼 컸다.

금방 딴 옥수수는 물 만 붓고 삶아도 맛있다.

가까스로 아버지를 승용차에 태우고 시골집에 도착했는데... 이 번엔 아버지를 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앉혀야 할 일이 막막했다.
남편은 다시 아버지의 겨드랑이를 잡고 상체를 차 밖으로 끌어내렸고 나는 아버지의 다리를 들고 따라 내렸다.

푸~욱 삶은 옥수수

무슨 일인지 날씨는 가을 같이 청명했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아버지를 집에 모셔 오느라 온 몸에 땀을 비 오듯 쏟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인지증 환자가 맞나 싶게 표정부터 달라졌다.
가을 같이 청명한 날 우리는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들판을 한 바퀴 돌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버지를 위해 점심준비를 하고 점심 먹기 무섭게 또 이른 저녁을 준비해야 했다.
요양원 입소 시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제법 실한 것 만 골라서 접시에 담았다. 이것이 바로 옥수수닷!

그런데...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아버지는 한사코 싫으시다고 고집을 부렸다.
거동도 못하시는 양반이 고집을 부려야 별 수 없다.

우리는 또 나란히 아버지를 들어 안방에 모셨고 남편은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들어간 지 한 참이 지났을까? 남편이 방에서 나오더니 기저귀를 거꾸로 채운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나는 천천히 다시 해 보라며 남편의 등을 떠밀었다.

아버지에게 저녁도 드렸고 기저귀도 갈아드렸다.
이제 요양원에 들어갈 시간, 뻣뻣한 노구와 씨름할 시간이 되었다.

깡 마른 노구는 돌덩이처럼 무거웠고 인지증 환자의 노여움은 산처럼 컸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셔다드리고 오는 길,
남편은 기저귀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란 말을 했다.

그래... 그게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지.
고생했다. 남편!

그나저나 남편이 기저귀를 갈면서 담요를 더럽혔는데 ...
에혀...
커다란 다라이에 물을 잔뜩 받아서 힘차게 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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