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추억은 낙엽처럼515 우아한 빈둥거림 연휴 동안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어..."몸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랬던지 명절이고 뭐고 다 귀찮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못하게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끼니는 각자 알아서 챙겨 먹도록 하고 며칠간의 긴 동면에 들었다.누워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다 잠이 들고,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들면 꿈을 꾸었다.그러다 오늘 정신을 차려보니 집안이 엉망이었다.그래서 밀린 청소와 설거지, 빨래등의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잊어버리지 않고 화초에 물도 줬다.따스한 햇살이 창으로 가득 들어왔고 집안은 반짝반짝 윤이 났으며 화초엔 생기가 넘쳐흘렀다.우아하게 빈둥거리고 나서야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해졌다.우아하게 참 잘 빈둥거렸다. 2025. 1. 29. 2024년 12월의 악몽을 기록하다. 늦은 11월...첫눈이 온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억수 같이 쏟아지는 하얀 눈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없었다.그 눈이 다 녹을 때까지 나의 불편과 걱정은 떠나질 않았다.그리고 12월 3일...눈 때문에 겪었던 걱정과는 다른 차원의 염려와 걱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그때 마침 나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었다. 차마 눈 뜨고 읽을 수 없는 서사... 펼치는 책장마다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계엄은 그런 것이었다.그런데 하물며 21세기에 그런 계엄이라니!매스컴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시대역행적 행보에 나는 분노하고 격노했다.그날 이후 세상은 3대 7로 갈라졌고그들과 우리들의 세상 사이엔 건너지 못할 간극이 생겨났다.백만 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을 간극,그 간극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절이 나는 .. 2024. 12. 31. 존재감도 무게감도 남다른 첫눈 하루 종일 눈이 온다. 습기를 많이 먹은 습설이라 빗자루로 잘 쓸어지지도 않는다.낙엽이 떨어지지도 않은 나무 위로 습한 눈이 켜켜이 쌓이니 그 무게감이...... 오늘 나무도 힘이 많이 들겠다.나도 오늘 힘이 많이 들었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힘들었고 그 미끄러운 길을 운전하며 오가느라 정신없이 힘들었다.내일 오전까지 더 많은 눈이 온다고 하니...... 내일 출근할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밤도 안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출근은 내일 아침에 해야 할 걱정이라 잠시 접어두고 집을 나섰다.고요하게 내리는 눈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왼손엔 우산을 오른손엔 휴대폰을 들고 집을 나서자 우산 위로 눈이 소복소복 쌓이기 시작했다.색채가 사라진 하얀 세상의 하얀 눈 속을 걷고 있는 나.눈은 세상의 피사체.. 2024. 11. 27. 비가 온다. 비가 온다. 이 비가 길고 길었던 무더위를 씻어낼 수 있을까? 유례 없는 폭염과 열대야를 동반한 이상기후는 이미 재난 수준이다.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뜨거운 여름이다. 이 현재형 여름이 제발 과거형으로 바뀌길 간절히 바라볼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리던 기후의 역습이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을 하면 앞으로 살아갈 일이 참담하다. 뜨거운 여름 잘 넘기면 또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기다리고 있겠다. 산 넘고 산... 비가 온다. 이 비를 끝으로 더위는 제발 꺼져주길 간절히 바란다. 2024. 9. 20. 시원한 동해 바다 - 강릉 경포 해변 에메랄드 빛 물색이 그리워 동해바다를 찾았다. 신사임당의 오죽헌을 지나 경포 해변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을 타고 비릿한 바다향이 고향처럼 우릴 반겨 주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물빛... 밀려오는 바닷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하고... 물가에 서서 하염없이 등대를 바라보기도 했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주차장도 한산했고 식당가도 한산했다.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바다를 보며 JD1을 닮은 횟집 직원의 서빙을 받으며 여유롭게 식사도 했다. 경포 해변이 전부 내 것 같은, 마치 해변을 통째로 전세 낸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경기도는 이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강릉은 한 낮인데도 그늘밑은 서늘했다. 잠시 시원한 바다를 내 것처럼 소유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바람 쐬러 동해바다 가자.. 2024. 6. 15. 채소와 전쟁 중... 요즘은 주말마다 시골집에 들러 남편이 텃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들여다보는 게 일이 되어버렸다. 보름 전엔 열무를 수확해서 열무김치를 엄청나게 담갔다. 오늘 수확한 농작물은 딸기 한 바구니와 부추 두 단 그리고 상추 한 바구니다. 열무를 수확한 자리에 파종했던 상추가 그 사이 몰라보게 자랐다. 잡초를 뽑으면서 상추를 솎다 보니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래서 밭에서 거둬들인 채소를 챙겨서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딸기는 알이 작고 시고 금세 물러져 그냥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유를 넣고 갈았더니 딸기 요플레가 되어버렸다. 부추는 잘 다듬어서 일단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 두고 상추는 잘 씻어서 통에 차곡차곡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파종해서 기르고 수확하는 데만 시간이 드는 건 아니다. 다듬고 씻고 조.. 2024. 5. 26. 매실꽃-봄소풍 토요일 아침. 미세먼지도 없고 어쩐 일로 날이 화창하니 좋았다. 현미밥으로 김밥을 싸다가 문득 시골집에 있는 매실나무가 생각났다. 꽃이 필 때가 되었을 텐데... 식탁에 놓으려던 김밥을 도시락에 담아 시골집 마당으로 소풍을 갔다. 정말 오랜만에 들려보는 시골집이었다. 그동안 남편이 오며 가며 청소를 열심히 했다더니 정말 깔끔하게 잘 정돈이 되어있었다. 마당에 놓인 파라솔 탁자에 김밥을 차려놓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소풍 온 기분을 흠뻑 느꼈다. 텃밭에는 냉이꽃과 꽃다지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고 울타리에 개나리는 노란 꽃망울을 뾰족 내밀고 있었다. 제법 크게 자란 매실나무에도 꽃이 한창이었다. 사방이 봄으로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던 따뜻하고 평화로운 한 때였다. 2024. 3. 24. 정리되지 않은 감정 요 며칠 나를 당혹하게 만든 감정이 있었다.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감정... 예전 같으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일이... 왜 하필 그 시점에서 그런 감정이 일었는지 모를 일이다. 상황은 모두 흘러간 상태. 그러나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자꾸만 그 시점을 서성인다. 길게 늘어진 감정의 실타래가 얽혀버리기 전에 얼른 정리를 해야 할 텐데 오늘도 여전히 정리가 쉽지 않다. 그냥... 흐르는 시간에 맡겨볼까? 그러다 운 좋게 망각이라는 행운을 만나면 이 당혹감도 씻은 듯이 사라지겠지... 2024. 3. 21. 꽃샘추위가 너무 싫어. 10일 전, 낮 기온이 18도까지 올라 에어컨을 켜고 운전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겨울도 다 갔구나!' 란 생각을 했었는데 겨울보다 더 혹독한 꽃샘추위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어제부터 날이 너무 춥다. 연일 비가 오고 날이 궂다가 모처럼 날이 쨍한 주말이다. 그런데 꽃샘추위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오늘은 근처 전통시장 장날인데... 한낮에는 햇살이 좋아 그렇게 쌀쌀하진 않겠지? 이따가 두꺼운 외투 껴입고 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그냥, 꽃샘추위 없이 봄이 오면 안 되나? 해마다 찾아오는 꽃샘추위 너! 난 니가 너무 싫다. 2024. 3. 2. 캠핑에 대한 短想-악몽을 추억하다 가끔 불 멍을 때리고 싶을 때 꺼내보는 사진이다. 2012년,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그때는 딸내미가 어릴 때라 자주 캠핑을 다니곤 했다. 텐트와 캠핑장비 그리고 먹거리를 트렁크에 바리바리 챙겨 넣고 어린 고양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던 그런 날이 있었다. 추울 때는 추워서 더울 때는 더워서 생고생을 하다가 거지 꼴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도 챙겨야 하고 고양이도 챙겨야 하고 술 취한 남편도 챙겨야 해서 정작 캠핑의 낭만? 같은 것은 느껴보지도 못했다. 다행히 아이가 중학생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캠핑을 다니지 않았다. 가끔씩 남편은 자기가 전부 알아서 할 테니 같이 가자고 조르지만 내 대답은 언제나 NO!!! 남편은 늘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말라고 했다. .. 2024. 1. 13. 하얀 세상과 지룩한 현실 아침부터 뜬금없이 눈이 내렸다. '어제는 눈 온다는 소린 없었는데....' 아침 뉴스에선 하루 종일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를 했다. 험난한 퇴근길을 예상하며 출근을 했지만 정작 눈은 예보한 만큼 많이 내리진 않았다. 오후엔 눈이 비로 내려 거리가 온통 지룩지룩했다. 자동차 와이퍼가 간헐적으로 내뱉는 드르륵 소릴 들으며 퇴근을 했다.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와이퍼에서 가끔 드르륵 소리가 났다. 유막을 제거할 때가 되었나 보다. 이따금씩 나는 생각한다. 눈이 많이 와서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그 하얀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눈썰매도 타는... 내 생각은 온통 하얀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 눈이 오면 생각과는 다르게 할 일이 많.. 2024. 1. 9. 2024년 1월 1일 새해 다짐 작년에도 그러했듯이 올 해도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새로워지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자. 물론 시간이 갈수록 조급한 마음이 들겠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잘 다독여 주자. 새해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내가 바라는 모는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 2024. 1. 1. 이전 1 2 3 4 ··· 4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