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추억은 낙엽처럼515 눈 멍으로 시작하는 하루 창 너머로 눈 그림자가 펄펄 날렸다. 밤 새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뀐 모양이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겉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솜뭉치 같은 하얀 눈이 내 눈 위로 떨어져 물이 되었다. 차갑고 시원하다. 출근하는 아침이었다면 출퇴근 길 걱정으로 마음이 좀 무거웠을 텐데 주말이라 그런 걱정은 없다. 싸늘한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리는 눈을 보며 잠시 머리를 식히다 집으로 돌아왔다. 달콤한 사과향이 나를 반긴다. 조금 전 집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새로 들인 디퓨저에서는 이런 향기가 나는구나... 이제 아침 준비를 해야 하는데 모두들 한 밤 중이다. 그래서 나는 모처럼 혼자가 되었다. 창가에 서서 눈 내리는 풍경을 좀 더 봐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말이다. 오늘은 눈 멍으로 하루를.. 2023. 12. 16. 다사다난 했던 2023년 2023년 12월...! 정신을 차려보니 12월이다. 느닷없이 12월이 된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 어이가 없는 건 왜일까? 유독 내 시간만 빠르게 흐른다는 느낌은 괜한 느낌인지 알 수가 없다. 내도록 평온하다가 12월만 되면 왜 이렇게 마음이 초조해지는지 그것 또한 정말이지 알 길이 없다. 원인 모를 초조함을 잠시 내려놓고 '연말'이라는 말에 집중을 하자. 연말... 집중하고 말고도 없이'다사다난'이란 말이 자동연상 된다. 그랬다. 나의 일 년도 다사다난했다. 돈 공부에 매진을 하다가 돈 보다 시급한 게 건강이라는 생각에 지난 6개월 동안 건강해지는 일에 전력을 다 했다. 그 덕에 건강검진 결과도 대만족이었다. 생각해 보니 많은 것을 이뤄내고 많은 것을 배운 한 해였다.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 나에게 격려.. 2023. 12. 13.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 여느 때처럼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가 옷깃을 파고드는 싸늘한 공기에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여름이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러고 보니 추석이 지난 지도 보름이 넘었다. 추워질 때가 된 것인데 추위가 닥치는 것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새삼스러운지 모르겠다.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옷정리를 시작했다. 이렇게 또...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2023. 10. 16.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책을 펼쳐 들었다. 활자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자 행간에 숨었던 이야기들이 날아오르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때로는 지루하게 때로는 흥미진진하게... 인물, 사건, 배경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짧은 묘사로는 세밀하게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그럴 때면 오롯이 나만의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가야만 한다. 눈으로는 하얀 백지 위에 인쇄된 검은 활자를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천연색 영상을 떠올려야 하니 영화를 보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읽는 이 소설은 이렇다 할 줄거리도 없고 상황묘사도 너무 장황하거니와 문장도 몹시 길어 중간에 주어가 뭐였는지 잊어버려 다시 문장을 거슬러 읽어야 한다. 그래서 읽기가 몹시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2023. 10. 9. 어느덧 시월... 길고 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시월이 찾아왔다. 시월이...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지?" 하고 하소연만 하다가 정작 중요한 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느라 애쓰며 사는 일 말고도 중요한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日新又日新의 자기실현 본능을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무엇으로 새로워질까?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하루는 저물어 버렸다. 자각하는 삶과 자각하지 않는 삶 사이를 오가다 나는 늘 넋을 잃고 길을 잃었다. 나를 오롯이 나이게 하는 삶에 집중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가 영위하고 있는 것, 아니 나를 점령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이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한다. 2023. 10. 8. 섭생에 관하여/커피끊기 92일차 무질서하고 나태했던 긴긴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명절 음식을 앞에 두고 나의 섭생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꼬박 이틀을 인후통으로 몸살을 앓았다. 예전에 비하면 이틀은 앓아누웠다고 표현할 수 조차 없는 짧은 시간이다. 그간 커피 마시지 않기, 가공식품 멀리하기, 술 마시지 않기 등등의 섭생을 꾸준히 해왔던 덕인 것 같다. 커피 끊기 92일 차... 끙끙 앓던 이틀 동안 제일 생각나는 것이 달달한 믹스커피였다. 커피 한 잔만 마시면 인후통이 싹 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커피대신 도라지차를 마셨다. '딱 한 잔만 마셔 볼까?' 하는 마음의 소리를 애써 외면해야만 했다. '술은 마셔도 커피는 절대 안 돼!' 커피에 관한 한 타협은 없다. 그래서 더.. 2023. 10. 4. 23년 9월2일 동해 어달항 몸과 마음이 더위에 지쳐 파도에 떠밀려온 해파리처럼 흐물흐물해질 무렵 시원한 파도소리가 무작정 그리웠다. 무작정 그리울 땐 무작정 떠나야 한다. 그래서 무작정 길을 나섰다. 하지만 집을 떠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무작정 떠나온 걸 후회해야만 했다. 교통체증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차를 돌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경기도를 벗어날 때까지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화병처럼 자꾸 솟구쳤다. 그러나 차마 돌아갈 수 없었다. 푸른 바다에 대한 갈망이, 아니 미련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을 뚫고 강원도권에 들어섰을 때에야 비로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곧 대관령 고개를 넘으면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동해에 도착을 한다!' 동해 휴게소를 지나 망상 해변으로 들어오면서 .. 2023. 9. 21. "Well-Dying"을 위한 건강 찾기 온열질환으로 몸져누웠던 남편 덕분에 불편한 몇 날을 보냈다. 아파도 이삼일이면 금세 털고 일어나던 사람이었는데 쉰을 넘기더니 이번엔 자리보전이 길었다.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덜컥 겁이 났다. 늙음에 대한, 병듦에 대한 염려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던 나날이었다. 처음으로 "Well-Dying"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해보았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잠자듯이 생을 마감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건강해져야겠다. 건강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커피 끊기다. 오늘까지 커피를 마시지 않고 54일을 버텼다. 더불어 술, 치킨,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도 멀리하고 통곡물과 야채, 과일과 친해지는 중이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알레르기 비염이 사라졌다. 그리고 변비도.. 2023. 8. 27. 감사한 하루 무사하게 밤이 지나갔다. 태풍은 오전 중 소멸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올해도 내가 사는 지역은 수해를 비켜갔다. 감사한 일이다.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장마가 지난 지도, 태풍이 온 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폭염에 괴로워하며 지긋지긋한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을 텐데....... 태풍의 영향으로 열대야 없는 밤을 보내고 비내리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선물 같은 시원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2023. 8. 11. 커피 끊기 2일 차/카페인 금단 현상 날이 갈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지만 피로가 물러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술을 끊어 보았다. 음주는 중독 수준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금주로 이어졌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술이 아니면 커피? 그래서 커피를 끊어보았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카페인 금단현상이었다. 손쉽게 진통제를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가?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두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새벽... 두통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돌아왔다. 커피 대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셨다. 속이 매스꺼운 건... 카페인 금단 .. 2023. 7. 6. 남편의 작은 소망/보리수 열매 사진 시골집 청계닭 청순이가 품던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났다. 병아리의 탄생으로 시골집 장닭은 무늬만 수컷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청순이가 식음을 전폐해 가며 알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청순이가 품은 알은 하나둘씩 병아리로 변했고 이윽고 그 숫자가 "7 마리"에 이르렀다고 했다. 나는 일곱마리의 까만 병아리가 닭장 안을 삐약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며칠 후... 시골집을 다녀온 남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닭장 안에 있던 병아리가 몽땅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들쥐가 물어갔다고 했다. 나는 설마 들쥐가 물어 갔을까?라고 남편에게 반문을 했다. 남편은 정말 들쥐가 물어 갔다고 단언하며 들쥐에 대한 엄청난 적계심을 보였다. '진짜 들쥐가 병아리를 물어 갔을까?'.. 2023. 6. 17. 시골집 보리수 열매 /그냥 싫어 시골집 보리수나무에 보리수가 주렁주렁 열렸다. 작년엔 농린이 남편이 가지 치기를 잘못해서 열매 구경을 할 수가 없었는데 올해는 제법 많이 열렸다. 보리수는 맛이 떫떠름하고 셔서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건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바구니 가득 따서 효소도 담고 술도 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요즘은 텃밭에 열무를 뽑아서 김치를 담는 것도 상추를 따는 것도 영 재미가 없다. 시골 살이에 대한 모든 것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시골집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남편 성화에 못 이겨 가끔씩 들렀다 오곤 한다. 남편은 내심 청계닭 청순이가 몇 날을 품어 부화시킨 병아리도 보여주고 싶고 양귀비꽃이 활짝 핀 꽃밭도 보여주고 싶어서 시골집에 가.. 2023. 6. 5. 이전 1 2 3 4 5 ··· 4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