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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509

23년 9월2일 동해 어달항 몸과 마음이 더위에 지쳐 파도에 떠밀려온 해파리처럼 흐물흐물해질 무렵 시원한 파도소리가 무작정 그리웠다. 무작정 그리울 땐 무작정 떠나야 한다. 그래서 무작정 길을 나섰다. 하지만 집을 떠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무작정 떠나온 걸 후회해야만 했다. 교통체증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차를 돌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경기도를 벗어날 때까지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화병처럼 자꾸 솟구쳤다. 그러나 차마 돌아갈 수 없었다. 푸른 바다에 대한 갈망이, 아니 미련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을 뚫고 강원도권에 들어섰을 때에야 비로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곧 대관령 고개를 넘으면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동해에 도착을 한다!' 동해 휴게소를 지나 망상 해변으로 들어오면서 .. 2023. 9. 21.
"Well-Dying"을 위한 건강 찾기 온열질환으로 몸져누웠던 남편 덕분에 불편한 몇 날을 보냈다. 아파도 이삼일이면 금세 털고 일어나던 사람이었는데 쉰을 넘기더니 이번엔 자리보전이 길었다.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덜컥 겁이 났다. 늙음에 대한, 병듦에 대한 염려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던 나날이었다. 처음으로 "Well-Dying"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해보았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잠자듯이 생을 마감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건강해져야겠다. 건강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커피 끊기다. 오늘까지 커피를 마시지 않고 54일을 버텼다. 더불어 술, 치킨,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도 멀리하고 통곡물과 야채, 과일과 친해지는 중이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알레르기 비염이 사라졌다. 그리고 변비도.. 2023. 8. 27.
감사한 하루 무사하게 밤이 지나갔다. 태풍은 오전 중 소멸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올해도 내가 사는 지역은 수해를 비켜갔다. 감사한 일이다.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장마가 지난 지도, 태풍이 온 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폭염에 괴로워하며 지긋지긋한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을 텐데....... 태풍의 영향으로 열대야 없는 밤을 보내고 비내리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선물 같은 시원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2023. 8. 11.
커피 끊기 2일 차/카페인 금단 현상 날이 갈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했지만 피로가 물러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술을 끊어 보았다. 음주는 중독 수준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금주로 이어졌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술이 아니면 커피? 그래서 커피를 끊어보았다. 하루가 지나지 않아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카페인 금단현상이었다. 손쉽게 진통제를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가?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두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새벽... 두통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돌아왔다. 커피 대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셨다. 속이 매스꺼운 건... 카페인 금단 .. 2023. 7. 6.
남편의 작은 소망/보리수 열매 사진 시골집 청계닭 청순이가 품던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났다. 병아리의 탄생으로 시골집 장닭은 무늬만 수컷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청순이가 식음을 전폐해 가며 알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청순이가 품은 알은 하나둘씩 병아리로 변했고 이윽고 그 숫자가 "7 마리"에 이르렀다고 했다. 나는 일곱마리의 까만 병아리가 닭장 안을 삐약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며칠 후... 시골집을 다녀온 남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닭장 안에 있던 병아리가 몽땅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들쥐가 물어갔다고 했다. 나는 설마 들쥐가 물어 갔을까?라고 남편에게 반문을 했다. 남편은 정말 들쥐가 물어 갔다고 단언하며 들쥐에 대한 엄청난 적계심을 보였다. '진짜 들쥐가 병아리를 물어 갔을까?'.. 2023. 6. 17.
시골집 보리수 열매 /그냥 싫어 시골집 보리수나무에 보리수가 주렁주렁 열렸다. 작년엔 농린이 남편이 가지 치기를 잘못해서 열매 구경을 할 수가 없었는데 올해는 제법 많이 열렸다. 보리수는 맛이 떫떠름하고 셔서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건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바구니 가득 따서 효소도 담고 술도 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 했다. 요즘은 텃밭에 열무를 뽑아서 김치를 담는 것도 상추를 따는 것도 영 재미가 없다. 시골 살이에 대한 모든 것이 시들해졌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시골집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남편 성화에 못 이겨 가끔씩 들렀다 오곤 한다. 남편은 내심 청계닭 청순이가 몇 날을 품어 부화시킨 병아리도 보여주고 싶고 양귀비꽃이 활짝 핀 꽃밭도 보여주고 싶어서 시골집에 가.. 2023. 6. 5.
여름 맞이 대청소 여름 맞이 대청소를 했다. 분기마다 한 번씩 집안을 뒤집어엎어야 뭔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날이 더워졌으니 이불도 시원한 걸로 바꾸고 커튼도 세탁해서 다시 달아야 했다. 침대시트와 커튼을 모두 때어 내 거실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빨래를 시작했다.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쉴 새 없이 일하는 동안 나는 미루고 미뤘던 랜지후드 청소를 했다. 후드 필터를 분리해서 오븐 클리너를 뿌린 다음 수세미로 살살 문질러 찌든 때를 닦아냈다. 렌지 후드, 가스레인지, 싱크대, 냉장고, 주방 가전 등 등... 중간중간 끼니도 직접 차려 먹어가며 앉을 새도 없이 집안일을 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해도 해도 표 나지 않는 집안일을 정성껏 하고 나니 뭔가 개운하고 홀가분 한 기분이 든다. 집.. 2023. 5. 15.
오늘은 어버이날... 연휴 내내 비가 내려서 어딜 다니기가 몹시 불편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인데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챙겨야 할 부모님이 양가에 아무도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시아버지 한 분 남아 계실 때는 그나마 괜찮았었는데 마지막 부모님 한 분마저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마치 고아가 된 느낌이다. 어버이날이지만 챙겨드려야 할 어른이 한 분도 없다는 것이 낯설다. 이 낯선 감정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오늘은 그저 난감할 따름이다. 2023. 5. 8.
불편한 인간 관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나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타협점이 불분명하다. 이대로라면 타협이 불가할 것 같다.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관계는 너무 불편하다. 불편한 관계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한다. 그래서 오늘은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로써 불편한 관계는 단숨에 정리가 되었고 며칠동안의 고민은 무색하게 되었다. 2023. 4. 18.
산림욕/등산 또는 산책 겨울잠을 자던 산책 본능을 겨우겨우 두들겨 깨워 공원으로 나갔다. 찬바람이 옷섭을 파고들었다. 만개했던 꽃들은 일찌감치 떨어져 땅 위에 누워 꽃샘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산기슭 여기저기를 배회하다 돌아왔다. 정상을 향해 돌진을 하기엔 몸이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숲은 이제 서서히 잎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오늘은 산림욕을 잘 하고 돌아왔다. 2023. 4. 9.
시골 집 청란, 알고 보니 무정란?! 시골집에 살고 있는 청계 7마리와 수탉 한 마리. 날이 따뜻해지자 청계들이 다시 알을 낳기 시작했다. 추우면 알도 잘 못 낳나 보다. 닭이 알을 낳을 땐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오늘도 요란스런 꼬꼬댁거림이 느껴져 닭장으로 갔다. 사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닭알을 꺼내러 닭장에 들어갔다. 늘 남편이 꺼내 오는데 오늘은 나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해서 들어갔다. 나는 알을 꺼내려고 둥지를 살펴보니 알 말고 눈에 익은 물체가 보였다. 남편이 둥지에 넣어 둔 골프공이었다. 남편은 알을 모두 꺼내 오기 미안해서 둥지에 골프공을 하나씩 넣어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공을 둥지에 하나씩 놔두면 닭들이 꼭 저렇게 한데 모아 놓더라고도 했다. '음... 저 모습을 보라고 나 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했나?' 금방 낳은 알이라 .. 2023. 3. 18.
청계닭이 낳은 알/청란 삶기 시골집 청계닭이 낳은 알을 가지고 왔다. 소주잔에 싱싱한 청란 하나를 깨 넣고 들기름과 소금 한 꼬집을 넣은 다음 원샷! 비린내 없고 고소하고 맛있다는데 나는 그 물컹거리는 느낌이 너무 싫다. 그래서 삶았다. 금방 낳은 알을 바로 삶으면 잘 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일주일정도 보관했다가 삶았더니 껍질이 잘 까졌다. 청란은 미지근한 물에 잠시 담갔다가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을 넉넉하게 붓고 식초와 소금을 넣고 물이 끓으면 불을 줄이고 한 20~30분 정도 푹 삶는다. 그렇게 잘 삶아서 찬물에 담가 계란을 식힌다. 잘 삶아서 식힌 청란을 보고 딸내미가 물었다. "엄마 안 삶은 거 없어?" '어쩌나... 다 삶아버렸는데...' 딸내미는 삶은 계란 보다 날계란을 좋아한다는 걸 깜빡했다. 그래서 낳은 ..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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