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추억은 낙엽처럼515

여름 맞이 대청소 여름 맞이 대청소를 했다. 분기마다 한 번씩 집안을 뒤집어엎어야 뭔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날이 더워졌으니 이불도 시원한 걸로 바꾸고 커튼도 세탁해서 다시 달아야 했다. 침대시트와 커튼을 모두 때어 내 거실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빨래를 시작했다.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쉴 새 없이 일하는 동안 나는 미루고 미뤘던 랜지후드 청소를 했다. 후드 필터를 분리해서 오븐 클리너를 뿌린 다음 수세미로 살살 문질러 찌든 때를 닦아냈다. 렌지 후드, 가스레인지, 싱크대, 냉장고, 주방 가전 등 등... 중간중간 끼니도 직접 차려 먹어가며 앉을 새도 없이 집안일을 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해도 해도 표 나지 않는 집안일을 정성껏 하고 나니 뭔가 개운하고 홀가분 한 기분이 든다. 집.. 2023. 5. 15.
오늘은 어버이날... 연휴 내내 비가 내려서 어딜 다니기가 몹시 불편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인데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챙겨야 할 부모님이 양가에 아무도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시아버지 한 분 남아 계실 때는 그나마 괜찮았었는데 마지막 부모님 한 분마저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마치 고아가 된 느낌이다. 어버이날이지만 챙겨드려야 할 어른이 한 분도 없다는 것이 낯설다. 이 낯선 감정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오늘은 그저 난감할 따름이다. 2023. 5. 8.
불편한 인간 관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나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타협점이 불분명하다. 이대로라면 타협이 불가할 것 같다.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관계는 너무 불편하다. 불편한 관계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한다. 그래서 오늘은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이로써 불편한 관계는 단숨에 정리가 되었고 며칠동안의 고민은 무색하게 되었다. 2023. 4. 18.
산림욕/등산 또는 산책 겨울잠을 자던 산책 본능을 겨우겨우 두들겨 깨워 공원으로 나갔다. 찬바람이 옷섭을 파고들었다. 만개했던 꽃들은 일찌감치 떨어져 땅 위에 누워 꽃샘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산기슭 여기저기를 배회하다 돌아왔다. 정상을 향해 돌진을 하기엔 몸이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숲은 이제 서서히 잎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오늘은 산림욕을 잘 하고 돌아왔다. 2023. 4. 9.
시골 집 청란, 알고 보니 무정란?! 시골집에 살고 있는 청계 7마리와 수탉 한 마리. 날이 따뜻해지자 청계들이 다시 알을 낳기 시작했다. 추우면 알도 잘 못 낳나 보다. 닭이 알을 낳을 땐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오늘도 요란스런 꼬꼬댁거림이 느껴져 닭장으로 갔다. 사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닭알을 꺼내러 닭장에 들어갔다. 늘 남편이 꺼내 오는데 오늘은 나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해서 들어갔다. 나는 알을 꺼내려고 둥지를 살펴보니 알 말고 눈에 익은 물체가 보였다. 남편이 둥지에 넣어 둔 골프공이었다. 남편은 알을 모두 꺼내 오기 미안해서 둥지에 골프공을 하나씩 넣어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공을 둥지에 하나씩 놔두면 닭들이 꼭 저렇게 한데 모아 놓더라고도 했다. '음... 저 모습을 보라고 나 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했나?' 금방 낳은 알이라 .. 2023. 3. 18.
청계닭이 낳은 알/청란 삶기 시골집 청계닭이 낳은 알을 가지고 왔다. 소주잔에 싱싱한 청란 하나를 깨 넣고 들기름과 소금 한 꼬집을 넣은 다음 원샷! 비린내 없고 고소하고 맛있다는데 나는 그 물컹거리는 느낌이 너무 싫다. 그래서 삶았다. 금방 낳은 알을 바로 삶으면 잘 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일주일정도 보관했다가 삶았더니 껍질이 잘 까졌다. 청란은 미지근한 물에 잠시 담갔다가 깨끗하게 씻은 다음 물을 넉넉하게 붓고 식초와 소금을 넣고 물이 끓으면 불을 줄이고 한 20~30분 정도 푹 삶는다. 그렇게 잘 삶아서 찬물에 담가 계란을 식힌다. 잘 삶아서 식힌 청란을 보고 딸내미가 물었다. "엄마 안 삶은 거 없어?" '어쩌나... 다 삶아버렸는데...' 딸내미는 삶은 계란 보다 날계란을 좋아한다는 걸 깜빡했다. 그래서 낳은 .. 2023. 3. 1.
고기보다 비싼 청양고추 매콤한 청양고추를 쌈장에 콕 찍어서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트에 들렀다. 마침 싱싱하고 맛있게 매워 보이는, 물 좋은 청양고추가 보였다. 나는 길쭉하고 날씬한 청양고추 15개를 비닐봉지에 골라 담고 마트 직원에게 가격표를 찍어 달라고 했다. 마트 직원은 청양고추가 든 비닐봉지를 저울에 올리더니 가격표를 인출해서 청양고추봉지에 붙인 다음 다시 나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든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청양고추 15개가 4,200원이라니! 100g에 2,500원? 헉! 고기보다 비싸다! 유난히 추운 겨울, 온실에서 비싼 기름 많이 먹고 자란 농작물이어서 그렇겠구나...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좀처럼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하긴 며칠 전에 시골집에 등유를 넣는데도 돈이 많이 들었다. 예전엔 등유 .. 2023. 2. 22.
2007년, 그 해 여름과 겨울 2007년 12월 8일 남사 들녘.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연 날리는 법을 가르쳐 주시다 혼자 신이 나셨고 아이는 털부츠에 풀씨가 붙었다고 칭얼거렸다. 아이 아빠는 딸아이 털부츠에 붙은 풀씨를 떼느라 쭈그리고 앉아있다. 15년 전, 시골집 들녘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나는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평화로운 한 때였다. 또한 되돌릴 수 없는 한 때이기도 하다. 나는 되돌릴 수 없는 수많은 한 때를 지나 현재에 머물러 있다. 이 현재 또한 지나는 것이어서 머무르다는 표현은 이치에 맞지 않겠다. 지나는 것, 지나가는 것. 우리는 모두 그 과정 속에 잠시 머물러 있을 뿐 영원할 수 없다. 영원할 수 없기에 모든 지나간 것은 아쉬움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것일까? 선산 제각에서 아버지의 4.. 2023. 2. 15.
정리벽이 도졌다. 정리벽이 도졌다.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마주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안의 가구 배치를 다시 하고 캐캐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서랍 속 자질구래한 물건들을 정리했다. 빨래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가지런히 개어 놓고 속옷을 들고 늘 가던 대로 갔다가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속옷을 넣어두던 서랍장을 어디로 옮겼을까? 싱크대 오른쪽에 있던 냉장고를 왼쪽으로 옮겨놓고 자꾸만 싱크대 오른쪽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냉장고는 없었다. 새로운 자리에 배치된 세간들의 위치에 익숙해지는 데는 이틀이 걸렸다. 남편의 몸은 아직도 싱크대 오른쪽에 있던 냉장고를 기억한다. "왜 자꾸 이쪽으로 오는지 모르겠네?" 그렇듯 습관은 무섭다. 쓸고 닦고 정리하고... 연휴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이게 전부다. 몸이 .. 2023. 1. 25.
2012년 4월 27일 덕암산 정상/생각이 모든 것을 창조한다. "생각이 모든 것을 창조한다."라는 존 아사라프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하루 동안 무의식적으로 떠 올리는 생각이 수 만 가지나 된 다한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그 수 만 가지 생각을 오직 하나의 생각으로 일괄할 수만 있다면 대단히 창조적인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파일함을 뒤져 11년 전 사진을 꺼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생각이다. 기억을 생생히 떠올려주는 사진이나 일기 같은 기록이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오늘하루 오만가지 생각의 끝에는 11년 전의 어떤 기억들이 자리하고 있다. 덕암산 정상에 세워진 비석 사진을 꺼내 놓고 보니 유쾌한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샘솟았다. 그간 추웠다. 날씨도 춥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도 너무 추웠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기분 좋은 .. 2023. 1. 8.
無로 돌아 가다. 2022년 12월 29일 목요일. 아버님 고향 선산, 굳게 닫혀 있던 崇祖堂 돌문이 열렸다. 한 줌의 재가 된 고인을 그곳에 모시고 돌아왔다. 요양원으로 들어가신지 1년 남짓, 다들 요양원 바라지는 이제 시작이라고 하던데 우리 아버님은 뭐가 그리 급하셨던지 혼자서 먼먼 길을 가셨다.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지난 주에 담은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베란다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잘게 다져서 아버님 가져다 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 김치 가져다 드릴 아버님이 없음을 깨닫고 허무해졌다. 남편 역시 순간순간 아버지의 不在를 인지하는지 빨간 토끼눈을 하고 말이 없다. 그 말 많던 양반이 "우리 아부지 ㅠㅠ, 우리 아부지 ㅠㅠ..." 소리밖에 내지 않는다. 그래..... 2022. 12. 30.
휴일은 피곤해. 금요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배추 한 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에 담근 배추김치가 벌써 떨어질 때가 되었나 보다. 김치 귀신 남편께서 친히 배추를 사다 놓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 오려면 좀 많이 사 올 것이지 달랑 세 포기가 뭐냐며 물었더니 나 힘들까 봐 한 망만 샀다는 것이다. 힘들까 봐? 쳇, 그럼 배추가 아니라 김치를 사 왔어야지. 고양이 쥐 생각하는 마음으로 배추를 사다 놓은 남편은 배추 살 때 보니 열무도 싱싱한 게 좋아 보이더라 했다. 열무김치도 먹고 싶다는 뜻이었다. 남편이 소심하게 던져 놓은 배추 한 망은 열무 다섯 단과 배추 한 망을 더 불러들였다.(끌어당김의 법칙의 잘못된 예) 토요일. 아침부터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였다. 남편은 내가 배추를 절이는 내내 옆 자.. 2022. 12. 26.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