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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휴일은 피곤해.

by 서 련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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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배추 한 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에 담근 배추김치가 벌써 떨어질 때가 되었나 보다.
김치 귀신 남편께서 친히 배추를 사다 놓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 오려면 좀 많이 사 올 것이지 달랑 세 포기가 뭐냐며 물었더니 나 힘들까 봐 한 망만 샀다는 것이다.
힘들까 봐?
쳇, 그럼 배추가 아니라 김치를 사 왔어야지.

고양이 쥐 생각하는 마음으로 배추를 사다 놓은 남편은 배추 살 때 보니 열무도 싱싱한 게 좋아 보이더라 했다.
열무김치도 먹고 싶다는 뜻이었다.

남편이 소심하게 던져 놓은 배추 한 망은 열무 다섯 단과 배추 한 망을 더 불러들였다.(끌어당김의 법칙의 잘못된 예)

토요일.
아침부터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였다.
남편은 내가 배추를 절이는 내내 옆 자리를 지키며 감 놔라 배 놔라 참견을 했다.
나이가 들수록 남편의 그 입은 잠시도 쉬는 법이 없어 내 귀는 늘 피곤을 달고 산다.

남편은 배추를 다듬고 남은 우거지를 보더니 우거지 해장국을 만들어서 막걸리를 마시면 좋겠다나 뭐라나 그러면서 혼잣말을 했다.

에혀... 그래서 돼지등뼈 사다가 핏물 빼고 푹 삶아서 우거지 해장국을 끓였다.


일요일.
남편을 시골집으로 보내놓고 나는 어제 담은 배추김치와 뼈다귀 해장국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며 열무김치를 담갔다.
역시... 혼자 있어야 집안일을 해도 여유롭다.
그리고 역시... 술도 혼술이 최고다.

그렇게 나는 배추 여섯 포기와 열무 다섯 단으로 김치를 담그며 황금 같은 주말에도 열일을 했다.
힘든 휴일이 끝났다.

다시 월요일이다.
내겐 휴일 같은 월요일. 얼른 출근 시간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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