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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시골 집 청란, 알고 보니 무정란?!

by 서 련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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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이는 어디갔나?

시골집에 살고 있는 청계 7마리와 수탉 한 마리.
날이 따뜻해지자 청계들이 다시 알을 낳기 시작했다. 추우면 알도 잘 못 낳나 보다.

닭이 알을 낳을 땐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오늘도 요란스런 꼬꼬댁거림이 느껴져 닭장으로 갔다.


청란과 골프 공

사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닭알을 꺼내러 닭장에 들어갔다.
늘 남편이 꺼내 오는데 오늘은 나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해서 들어갔다.
나는 알을 꺼내려고 둥지를 살펴보니 알 말고 눈에 익은 물체가 보였다.
남편이 둥지에 넣어 둔 골프공이었다.
남편은 알을 모두 꺼내 오기 미안해서 둥지에 골프공을 하나씩 넣어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공을 둥지에 하나씩 놔두면 닭들이 꼭 저렇게 한데 모아 놓더라고도 했다.
'음... 저 모습을 보라고 나 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했나?'
 

앗, 청순이는 알 낳고 있다!

금방 낳은 알이라 알이 따끈따끈했다.
알을 꺼내는데 옆 둥지에 청순이가 보였다. 아직 알을 낳고 있는지 알을 품고 있는지...
청순이는 꼼짝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청순이는 지금 있는 청계의 원래 무리가 아니다.
작년에 키우던 청계닭 11마리가 너구리의 습격을 받아 처참히 죽임을 당했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다.
늘 혼자 있는 게 불쌍해서 몇 달 전에 허술한 닭장을 수리하고 7마리를 더 들였다.
청순이는 다행히 무리와 잘 어울렸고 요즘은 알도 잘 낳는다고 했다.
 

아니! 골프공을 품고 있다고!

나는 알을 품고 있는 청순이를 오늘 처음 보았다.
남편에게 청순이가 알을 품고 있나 보다고 했더니 알이 아니고 골프공을 품고 있는 거라고 했다.
"헉! 골프공을?!"
남편은 그 모습을 보여주려고 나더러 알을 꺼내보라고 했던 것이다.
"그냥 알을 하나씩 품게 놔 두지..."
알 대신 골프공을 품고 있는 청순이를 보자 웃음이 나면서도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수탉이 제구실을 못해서 알이 유정란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유정란이 아니면 청순이가 알을 품어 봐야 병아리가 되지 못 하고 썩을 거라고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알에 네임펜으로 표시를 하고 청순이 둥지에 넣어 줬다.
표시된 알은 썩든 말든 그냥 두고 이제부터는 새로 낳은 알만 꺼내는 걸로 정하고 나니 마음도 편해졌다.

시골집 냉장고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청란들.
이틀만 더 있으면 한 판이 된다.
한 판 꽉 차면 이번엔 우리가 가져올 차례다.

그나저나 나는 저 청란이 유정란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무정란 일수도 있다니... 거 참...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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