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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정리벽이 도졌다.

by 서 련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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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일 수퍼문

정리벽이 도졌다.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마주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안의 가구 배치를 다시 하고 캐캐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서랍 속 자질구래한 물건들을 정리했다.

빨래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가지런히 개어 놓고 속옷을 들고 늘 가던 대로 갔다가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속옷을 넣어두던 서랍장을 어디로 옮겼을까?

싱크대 오른쪽에 있던 냉장고를 왼쪽으로 옮겨놓고 자꾸만 싱크대 오른쪽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냉장고는 없었다.

새로운 자리에 배치된 세간들의 위치에 익숙해지는 데는 이틀이 걸렸다.

남편의 몸은 아직도 싱크대 오른쪽에 있던 냉장고를 기억한다.
"왜 자꾸 이쪽으로 오는지 모르겠네?"
그렇듯 습관은 무섭다.

쓸고 닦고 정리하고...
연휴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이게 전부다.
몸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스텐 냄비를 반짝반짝하게 닦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닦고 또 닦고 하다가 기어이 탈이 나서 오늘은 온종일 누워 있었다. 그랬더니 자정이 다 되어서야 이렇게 말똥말똥해졌다.
이제 좀 정신 맑아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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