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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남편의 작은 소망/보리수 열매 사진

by 서 련 202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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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6 10 시골집 보리수 열매

시골집 청계닭 청순이가 품던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났다.
병아리의 탄생으로 시골집 장닭은 무늬만 수컷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청순이가 식음을 전폐해 가며 알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청순이가 품은 알은 하나둘씩 병아리로 변했고 이윽고 그 숫자가 "7 마리"에 이르렀다고 했다.
나는 일곱마리의 까만 병아리가 닭장 안을 삐약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며칠 후...
시골집을 다녀온 남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닭장 안에 있던 병아리가 몽땅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들쥐가 물어갔다고 했다.
나는 설마 들쥐가 물어 갔을까?라고 남편에게 반문을 했다.
남편은 정말 들쥐가 물어 갔다고 단언하며 들쥐에 대한 엄청난 적계심을 보였다.
'진짜 들쥐가 병아리를 물어 갔을까?'
나는 아직도 의심스럽다. 
들쥐가 병아리를 잡아먹는다는 소린 난생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들쥐가 병아리를 몽땅 물어간 사건이 있은 후에도 청순이는 알 품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남편은 들쥐가 또 병아리를 물어가지 못하게 병아리를 종이박스에 옮겨놓고 키우기 시작했다.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남편은 초보집사이다 보니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지금 시골집 병아리는 좁은 박스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자라면 들쥐 정도는 가볍게 쫒아 버릴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나는 또 걱정이 된다.
작년 여름처럼 너구리가 닭장을 습격해서 청계 가족 모두를 몰살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말이다.
 

보리수 열매

닭을 키워 보는 것은 남편의 오랜 소망이었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도 틈만 나면 닭장을 지어 닭을 키워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아버님의 노여움을 타곤 했다.
아버님: 내 집이여! 니가 뭔디 내 집에다 닭집을 지어! 어림없지!
남 편:   알았어 아부지, 고정하셔!"
아버님:  이 자식이 어디서 이랬어, 저랬어 반말이야, 아부지한티!
남 편 : 하이고 아부지~ 알았다고~ 내가 앞으로 닭에 디귿 자도 안 꺼낼게 그럼 됐지?
2~3년에 한 번씩 아버님과 남편은 닭을 키우는 문제를 두고 토시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로 언쟁을 했었다.
이젠 내 편들어서 말리는 아부지도 없으니 그냥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고는 있지만 지켜보자니 참...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이고 비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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