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은 낙엽처럼/2007

바람이 있었다

by 서 련 2007. 9. 21.
728x90
반응형
 바람이 있었다
조회(280)
Memory of the day 2007/05/15 (화) 11:46
추천 | 스크랩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법 무성해진 숲에 바람이 세차게 일었다.
키 작은 리기다 소나무가 통째로 흔들릴 만큼 세찬 바람이었다.
그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숲이 파도 소리를 냈었지.
시원한 물결로 일렁이다 어느 틈엔가 발 아래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숲이 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닷가에 가본지도 꽤 오래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드러운 모래가 깔리고 타원형의 해안선이 있는 그런 바닷가...
멀리서 갈매기 한쌍이 다정스레 날고
수평선 부근엔 통통배가 가쁜 숨결을 고르며 물살을 가르는, 풍경속의 호젓한 바닷가...
그런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 정말 내가 바닷가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 한차례 세찬 바람이 지나가고 잠잠해진 숲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제 막 제 크기를 갖춘 나뭇잎,
그 잎새 위로 부서지는 5월의 햇살은 첫사랑에 빠진 소녀의 눈빛을 닮았다.
 
숲속의 파도, 소녀의 비밀스런 눈빛을 닮은 햇살...
그 모든 상상을 가능케 했던 것은 바람,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 곳엔 바람이 있었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 존재조차 모호한 바람.
늘 무언가를 흔들어 대며 자신의 실존을 인지 시키려드는 바람.
그 숲엔 그리고 그 상상속의 바닷가엔 바람이 있었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잡힐 듯 잡히지 않던 그 바람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