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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7

강박

by 서 련 200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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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에 대한 강박
조회(261)
Memory of the day 2007/06/01 (금)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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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9시반경....
 

아이 담임한테서 전화가 왔더라.
애가 평소하고는 사뭇 다르게 오늘은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고 하면서.
받아쓰기 하나를 놓치더니 선생님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선생님 너무 빨라요, 선생님 미워요~" 그러면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쳐서 당황스러워서 전화를 했대.
일단 아이를 바꿔서 울지 말라고 다독여 줬지.
받아쓰기 안 해도 좋으니까 울지 말고 편하게 놀다가 집에 오라고...
 
전화를 끊고는 가만 생각해 봤지.
'왜 그럴까... 내가 뭘 혹시 잘 못 했나? 난 100점 맞으라고 강압을 준 적이 없는데...' 기타등등 기타등등....
 

 
근데... 역시나 내가 뭘 잘 못 해도 한 참 잘 못을 했더군.
학기초 늘 40점 50점 받던 애가 요근래는 늘 80점 이상이었고
며칠전에는 100점을 받아 왔는데 내가 지나치게 좋아했던 모양이야.
나 뿐아니라 애아빠도 "뭐 사줄까?" 부터 시작해서 아주 난리가 났었어.
그때부터 우리 착한 딸은 엄마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100점에 대한 강박을 스스로 쌓고 있었나봐.
 
뭐 물론 하고자 하는 그 열정이 있어서 좋긴 한데 그게 지나칠까봐 걱정이 되거든.
아직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나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건 아는데
그게 내 아이 문제가 되다 보니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말이지. 내말이...
하여간 애가 집으로 올 때 까지 가슴이 쫄아붙는 것 같아 숨도 제대로 못 쉬었어.
왜 그렇게 불안하던지 몰라.
 


멀리서부터 "엄마~"를 외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오는 애가 보이던 오후...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 그제야 숨통이 트이더군.
 
하지만 아이 책가방을 펼쳐 알림장을 읽는 순간 또 답답하더라.
받아쓰기 틀린 것 3번 쓰기, 읽기 책 80~85쪽 3번 읽기, 그림 일기 쓰기...
(뭔 노무 숙제가 맨날 그렇게도 많은지...)
 
받아쓰기 공책을 펴보니 그래도 놓친거 빼고는 다 맞았더군.
2번 쓰다가 그랬다니까 20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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