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은 낙엽처럼/2007

나의 니힐리즘

by 서 련 2007. 9. 21.
728x90
반응형
Memory of the day 2007/10/17 (수) 05:07

그 뭔가는 잘 샀어?
음. 잘 샀지^^ 애를 달고 가면 지출이 좀 심할 것 같아 혼자 가서 사브작 해결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애를 달고 가게 되었고 예상 지출을 초과 했다는 게야.
 

그 일 빼고... 어젠 종일 집안 일을 했어.
커텐 걷어서 세탁해서 다림질 해서 다시 걸었지, 다리미 꺼낸김에 애 아빠 옷도 다렸지...
구석구석 먼지 좀 털어내고 빨래하고... 그랬더니 하루가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더라.
얼마나 허무하던지.
 
근데 말이야. 난 하루 종일 일을 한건데 왜 유독 어제의 그 하루가 허무하단 생각이 들었을까?
왜?
 
소득이 발생하든 발생하지 않든 거기에는 일이라는
다시 말해, 소위 이론적으로 말해지는 노동이라는 대단히 신성한 가치가 존재했다.
그 이론대로라면 나는 대단히 신성한 노동을 한 것이고, 그 노동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신성한 그 무언가가
내 안에 충만했어야만 했고 따라서 나는 상당한 자부심으로 의기양양해 있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Why?라고 묻는가? 
 
거기엔 내가 모르는 뭔가가 결여 되어있다.
그 내가 모르는 뭔가가 뭘까?
도대체 뭘까?
 
생각해 보니 거기엔 대단히 신성한 노동에 대한 가치가 이미 상실되어 있다.
"소득이 발생하든 발생하지 않든"이라고 생각없이 던져버린 전제 속에서 간과해버린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집안 일...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
그러나 도대체가 소득이 창출되지 않는 일...
 
내가 간과해버린 가치는 소득이었다.
그렇다면 왜 나는 그런 중요한 가치를 "소득이 발생하든 발생하지 않든"이라는 말로
신성한(내가 신성한이라고 여기는 신성함) 가치를 뭉개버렸을까?
왜?
그건 아마도... 소득이란 가치를 신성히 여기면 어딘가 속물처럼 보여진다는 암묵적인 사회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더 나가서 "소득이 없는 일이란 더이상 신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고 말 한다면
속물 중에도 최상급 속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생각없이(혹은 철저히 앙큼한 사유가 끝난 뒤에)
"소득이 발생하든 발생하지 않든"이라는 전제를 부여함으로써 
속물이 아니라는 변론을 하는 동시에 나의 가치를 철저히 뭉개버린 것이다.
 
다시말해, 그 암묵적 사회분위기에 눌린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스스로 은폐해버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는 나의 가치(내가 가치라고 생각하는 가치)를 스스로 상실한 것이다.
상실된 가치... 그것때문에 어제의 나는 잠시 허무[니힐리스틱]했던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