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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8

고구마 싹

by 서 련 200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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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01 (금) 18:16

얼마전부터 고구마에서 빨갛게 돋아나던 싹이 어느 덧 줄기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고구마를 작은 유리 어항에 담아 냉장고 위에 올려뒀었는데
그때가 언제인지 시간을 소급해가며 생각해보니 3개월 전이다.
 


고구마에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은 보름전쯤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싹도 없이 지낸 동안 고구마는 냉장고 위에서 뭘 했던 것일까?
따뜻한 날이 많았던 겨울동안 보일러는 게으름을 피웠고 실내온도는 22도를 넘지 않았다.
그 덕에 고구마는 아마 두어 달 남짓 동안 겨울 잠을 잘 수 있었나 보다.
이제 싹을 틔워 한창 봄을 누리고 있는 고구마 싹을 들여다보며
나는 그 겨울 동안 무엇을 했었는지 생각해 보려다 그만두었다.
택배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가 돌아가고 "엄마 그게 뭐야?"라며 내 손에 들린 상자를 가르키며 아이가 물었다.
나는 "책이야"라고 대답을 해주었고 아이는 "또 책이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난 겨울 고구마가 냉장고 위에서 겨울잠을 자고 싹을 틔우는 동안
내가 무엇을 했었는지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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