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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8

큰 개가 무서운 아이

by 서 련 2008.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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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25 (월) 09:16

방과후 특기적성활동을 신청해둔 이후로 겨울방학을 해도, 봄 방학을 해도 학교에 나가는 아이는
큰 개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학교에 갈수가 없으니 데려다 달라고 아침마다 현관앞에 서서 떼를 썼다.
 
"엄마, 나 학교 데려다 줘."
"왜?"
"큰 개가 무서워... 꿈에 큰개가 나 잡아 먹을라고 쫒아 왔는데 너무너무 무서웠어."
"꿈에? 괜찮아. 지금은 큰 개가 없을 거야. 엄마가 조금전에 쓰레기 버리러 나갈 때 보니까 커다란 뼉다귀 물고 소풍가던데."
"정말?"
"그래, 큰 개 없으니 걱정말고 다녀와 알았지?"
 
나는 큰 개가 뼉다귀 물고 소풍가더란 말을 농담처럼 던졌고
아이는 별 저항없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학교로 향했다.
 
큰 개에 대한 아이의 두려움을 제거해 주기 위해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도 나는 아이가 올때까지 그 생각만 하겠지.
 
그런데 아이가 말하는 그 큰 개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정말 커랗고 사나운 일까?
 아니면 그냥 학교 가기 싫어서 부리는 가벼운 투정일까?
그것도 아니면 엄마 없이 혼자 나서야하는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일까...
 



(2008/02/24. 봉화에서, 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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