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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8

봄까치꽃을 보면...

by 서 련 2008.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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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향한 속삭임 2008/02/29 (금) 08:14


유난히 볕이 잘 드는 담장가에서 꽃은 겨울 내도록 피고지고를 반복했을텐데...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한 이후, 사진 속의 저 곳을 자주 찾지 못했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하루에도 두어 번 그 앞을 지나치곤 했는데 말이다.
 
그때도 저 들꽃은 겨울 내내 저 곳에서 피고지고를 반복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저 들꽃을 보지 못했었다. 저 곳이 파란 꽃 천지가 됐었어도 그 것을 보지 못했었다.
아니, 보지 못했었다기 보다는, 보기는 했을테지만 관심이 없다보니 보았어도 기억할 수 없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저 파란 들꽃은 내 의식속에서 꽃으로 자리잡지 못한 채
여느 풀들과 같은 잡초로 밖에, 달리 인식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블로그란 매체를 접하게 되고
블로그 게시글에 필요한 "꺼리"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히 들꽃에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들꽃에 관심이 있으니 당연히 들꽃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되었고
이름을 알게 된 들꽃은 그 만큼 더 특별해 보이는 것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
 
 
"이름을 불러" 주는 관심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를 드러나 보이게 하고 
그렇게 드러난 존재는 비로소 "내게로 다가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사소한 것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면 특별한 무엇이 되는 것이다.
 
블로그란 매체를 통해 나는 사소한 나의 일상에 관심을 가졌고
그러다보니 내블로그는 나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특별한 무엇이 되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나만의 특별한 무엇이 되어준 내 블로그 비비.
이 번에 "비비" 덕분에 엠파스 운영진으로부터 블로그 피플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인터뷰에 응해 "자유로운 몽상가"라는 타이틀로 엠블 페이지에 소개되어지고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백화점 상품권"이란 것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내가 살고 있는 이 근처에는 그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백화점이 없다.
그래서 그 상품권을 인터넷 쇼핑몰 포인트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포인트 전환을 받기 위해서는 쇼핑몰 본사 재무팀으로 내가 받은 상품권을 보내야 했는데
일반 등기로는 분실 위험이 있기때문에 우체국 유가증권 등기로 보내야만 했다.
우체국은 바로 저 위에 있는 사진 속의 골목길을 지나 시장 통에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그 담쟁 아래에서 다시 저 파란 들꽃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비비" 덕이었다.
 
지금 나는 책상 앞에 앉아 비비 덕에 찍을 수 있었던 파란 들꽃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저 들꽃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파아란 꽃잎 속에 숨어 있던 잊혀진 이름 하나가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 이름이...
"내게로 다가와서 꽃이"되었던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자 했던 그 이름이 이제는 잊혀진 이름이 되어 나비처럼 날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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