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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8

타인

by 서 련 200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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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향한 속삭임 2008/03/14 (금) 08:17 
 
타인 - 서정윤
 
무엇을 더해도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없고
스스로 자신에겐 자신이 아님을 시인하며
바람의 우스운 몸짓을 깨닫지만
그냥 버리지 못할
나만의 무엇을 가지지도 못한 채
모두 꽃잎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외부의 어떤 소리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엔 부족하고
꽃이 꽃으로 자라기 위한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지쳐가는데
누구를 위해 피어나기보다
바람은 나를 지켜려 모여들고
이제는 잊어버린 부분의 아득함
나무를 아무리 흔들어도 나무일 뿐
내가 젖을 수 없는 남들의 만남에서
아무것도 닿지 않는 아픔이
더욱 크다.
 
고통스러움, 나의 가슴에
모진 꿈을 심어줄 검은 구름을 따라
바람으로 불리다가 내가 된 꽃잎
소리 죽여 떨어지고 있었다
그들 사이의 깊은 어둠만 아득하다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어 그녀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싶은데 변변하게 해줄 말이 없다.
그래서 서정윤의 홀로서기 라는 시집을 펼쳤다.
뭔가 위로의 말을 끄집어 낼 수 있을까하여...
 
89년... 사춘기가 절정에 이른 나는 엄청나게 험한 세상의 한가운데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때 지푸라기처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이 시집이다.
20년이 다된 시집의 표지는 손때가 묻어 너덜너덜 했고
페이지마다 볼펜으로 끄적거린 낙서에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번져있었다.
그녀에게 전해주면 위로가 될 법한 시를 찾으며 이리저리 시집을 뒤적이다가...
"타인"이란 시를 읽으며 그녀에게 보낼 위로의 말을 더이상 찾지 않았다.
 
"나무를 아무리 흔들어도 나무일 뿐"이듯 
내가 한 어떤 말도, "외부의 어떤 소리도" 그녀 "자신의 꽃을 피우기엔 부족하고"
울림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해 줄수 없어 "아무것도 닿지 않는 아픔이" 클 수밖에 없는 타인이지만
"깊은 어둠만이 아득"한 그녀의 설움이 봄날 흩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게 지나가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친구에게...
 
블로그에 비밀글이 넘쳐나도 괜찮으니까
 미안해 하지 말고 힘들 땐 언제나 힘들다고 말해요.
 
비록,
가려운데 꼭 찍어 긁어 주듯
그 사정에 꼭 들어맞는 강력한 위로는 해주지 못하지만
그대가 하는 말, 
조건없이 들어 주고 함께 울어줄 수는 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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