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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8

환장하는 자아의 이중성

by 서 련 2008.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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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을 향한 속삭임 2008/03/21 (금) 11:47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들어 오는 길,
황사도 없고, 뿌옇게 시야를 가리던 연무(煙霧)도 없고
오늘은 쾌청하다는 말을 써도 될 법한 날씨다.
 
들꽃들이 여기저기서 만개를 하고
세상이 봄빛으로 물들어 갈 때 즈음,
먼먼 산 너머 아지랑이를 바라보면서 추억속의 그녀는 이런 말을 했었다.
 
"환~장 하것네~"
라고...
 
따사로운 봄볕이 만연하는 봄이오면 항상 환장을 하던 그녀.
그렇게 그녀에게 봄은  換腸할 만큼 - 창자(腸)를 끊어 바꿀(換)만큼 -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그렇다면
봄을 고통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무의식 속에 숨겨진 그녀의 트라우마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가끔씩 그것이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섣불리 물어보진 않았다.
 
만약 내가 그것을 알아채게 된다면
그녀는 더 이상 환장을 하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나는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그녀의 고통스러운 환장을 즐기고 싶을 따름이다.
 
오늘도 그녀는 우체국 가는 길에 오밀조밀 피어 있는
봄까치꽃을 보면서 환장을 했다.
 
그러고 보면
봄 볕 속에 봉해진 그녀의 트라우마는
그녀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어쩌면 전생부터 운명처럼 주어진 어떤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억측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오늘도 그녀는 화창하게 쏟아지는 따스한 봄볕 아래에서
 몸서리쳐지는 봄을 탄식하며 환장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가 환장을 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만큼
나는 즐거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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