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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08

아이로부터 홀로서기

by 서 련 200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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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니가 혼자 잘 수 있을 때, 그때 휴대폰 사줄게." 라고 애아빠는 아이에게 말을 했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는 건너 방에서 혼자 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 날 밤 아이는 실증이나서 잘 가지고 놀지도 않는 인형을 모조리 끄집어 침대 위를 가득 매웠다. 혼자 겨우 누울수 있을 만큼의 약간의 공간만 남긴채 말이다. 그리고는 인형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누워서 잠이 들때까지 간헐적으로 나를 불렀다. 거실불도 끄지 못하고 텔레비젼도 끄지 못한채 소파에 앉아 있던 나는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즉각 즉각 반응을 보여 주다 더이상 부르는 소리가 나지 않자 안방으로 들어와 잘 수 있었다. 그 날 밤 나는 아이가 자꾸만 나를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밤이 며칠 지나고 나는 더이상 아이를 혼자 재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동안 아이가 혼자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도 알았다. 아이는 이제 저 혼자 잘 수 있을 만큼 저렇게 컸는데 나는 아직도 그 아이를 그 옛날 내 품안에서 젖비린내를 풍기며 꼬물거리던 아기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내 남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저께부터 남편은 아이를 다시 안방으로 데리고 와서 재우자고 졸랐다. 아이가 없으니까 허전하고 심심하고 그렇단다. 그래서 어제부터 아이는 다시 안방에서 잠을 잔다. 며칠만에 나도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아이는 우리 부부의 홀로 서기, 아이로부터의 홀로 서기가 있은 후에나 혼자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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