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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정의란 무엇인가

by 서 련 201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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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고 세상사에 머리가 복잡할땐 가끔 나란 사람은 인문학 도서에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삭히고 보다 더 냉철하게 내게 닥친 일을 생각하고 정리하기엔 인문학서를 읽는 것 만큼 유용한 것이 없기때문이다.  

7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침부터 미간에 川(내천)자를 그리며 찾아온 두통때문에 병원으로 가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헌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두통으로 병원을 찾아가면 신경성이니 어쩌니 그런말을 늘여 놓았었는데 동안 의사협회에서 고상한 병명을 하나 더 마련한 모양이다. 이름하여 '긴장성 두통'. 나는 그때 긴장성 두통이란 말이 깨나 흥미로웠다.신경성 보다는 긴장성이 내게는 훨씬 더 그럴 듯 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사실 6월 한달 내내 어떤 일때문에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다.그런 내게 때마침 의사는 긴장성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물론 그 의사는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 항상 그런 단어를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사용된 적절한 언어가 내처지를 적절히 변호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탓일까? 나는 그 말이 싫지는 않았다. 아니 두통이 잠시 가벼워지는 느낌마져 들었으니 그 말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그 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들러 약 한봉지를 들고  일터로 가자마자 나는 약을 먹었고 잠시후 두통이 가라 앉았다.  
두통이 가라 앉자마자 나는 인터넷 서점(알라딘) 인문학 코너에 들어갔다.  



http://blog.aladin.co.kr/749869125/4114735 (서재에 먼지 좀 털었다.)


바야흐로 그때, 첫눈에 필이 꽂힌 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 책 'JUSTICE' 되시겠다.

책은 한창 더운 시간에 배달되어져왔고 나는 며칠 동안이나 포장도 뜯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뉴스를 보는데 유래 없이 인문학 서적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아나운서 말이 들렸다.어떤 책이길래 싶어 유심히 보았더니 내가 주문해 놓고선 며칠동안 포장도 뜯지 않았던 마이클 샌델의 JUSTICE란 책이었다. 우연처럼 듣게된 그 뉴스, 순간 그 뉴스는 내게 그 책을 빨리 읽으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얼른 포장지를 뜯어 책 구경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틈틈히 1강에서부터 10강까지의 샌델 교수의 강의를 눈으로 경청하기 시작했다. 

강의는 정의론에서 다뤄지는 철학자들의 이론이 실제 상황이랑 어떻게 연관지어 정의 되는지 미국사회 전반에 걸쳐 이슈화 되었던 일들을 예로 삼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책을 읽는 내내 부딪혀야 하는 물음표를 보면서 "질문하는 자 만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라는(뭐 그 비슷한 대사였을거다.) 성균관스캔들의 정약용박사의 대사가 잠깐 떠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책 뒷장에 붙어 있는 30분짜리(정확히 말해 27분 18초)DVD 강의에서 샌델교수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지라도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또한 철학은 그렇게 추성적이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하면서 철학은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생활 속에 있다고 했다.뭐... 대충 동감이다. 그리고 정의 수업의 목적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수업의 목적은 특정 도덕적 정치적 견해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비판적 태도를 심어 주어 중대한 도덕,정치문제에 직면했을때 깊이 고민하는 시민이 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샌델 교수의 수업은 신선하고 유용했다. 잔뜩 녹이 슬어 더이상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는 머릿속에 윤활유를 잔뜩 들어 부어 찌든 녹을 한방에 날려 버린 듯 게운한 느낌이랄까? 물음표가 하나 하나 더해갈수록 내 머리가 비상하게 굴러가는 소리가 데굴데굴 났었다. 책을 베고 행복한 꿈을 꾸듯 낮잠을 즐기는 우리 고양이 옥순이처럼 지금 이 순간 나는 좋은 책 한 권 읽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무진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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