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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어느 날 아침

by 서 련 201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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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축축해서 잠에서 깼다.
문득 전 날 밤, 오늘은 죽어도 엄마랑 잘 거라고 아빠를 자기 방으로 쫒아 내고
내 옆 자리를 차지하고 자던 애가 의심스러워 침대 속으로 손을 쑥 넣어 봤다.
멀쩡했다. 

'그럼 그렇지 애 나이가 몇인데...'

그렇다면 내 옷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이 액체의 정체가 뭘까?
혹시 고양이가?
고양이는 자신이 쓰고 있는 화장실,그러니까 고양이 모래를 잘 관리해주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다 실례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배설물로 얼룩진 고양이 모래를 깨끗이 치워주고 있는데....
축축해진 옷을 벗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고양이가 저지른 만행이었다면 냄새가 무지 고약할텐데 거기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애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라면? 혹시... ... 나?
그 짧은 순간 엄청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스쳐갔다.
'디팬~드 하세요~♬~'라는 CM song이 기억 저만치 멀어져 갈쯤 짜증이 확 밀려왔다.

'도대체 이 거 뭐야!"

그 때 이불속에서 뜨끈한 뭔가가 부시럭 소리를 내며 손끝에 닿았다.
비닐 봉지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이 조금 담겨 있고 헐렁하게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
전 날 밤 나는 알러지성 결막염때문에 눈이 가려워서 얼음 찜질을 하다가 잠이 들었었다.
그때 얼음을 넣었던 얼음주머니다.
밤새 나한테 깔려서 옴짝달싹 못하고 체액을 조금씩 조금씩 흘려 보내며 몸이 달았을 얼음주머니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던 불쾌한 의혹들 말끔히 날려주었다.

아직 요실금을 걱정할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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