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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0

산책의 효과

by 서 련 201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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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0/10/15 나무그림자)

그제 아침, 8년만에 찾아온 10월 한파로 메스컴이 분주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아이 옷을 뭘로 입혀 보내야 할 지 나도 덩달아 분주했다.
옷장을 뒤져서 갈색 골덴바지와 연분홍색 후드 털코트를 꺼내 놨는데
아이는 연분홍색 후드 털코트가 너무 두껍고 촌스럽다며 골덴바지에 아이보리색 사파리만 걸치고 가려했다.
"장갑 줄까? 목도리는?"
혹여나 하나 뿐인 딸내미가 얼어 죽을까 싶어 이것저것 건내주는 나에게 아이는 말했다.
"엄마, 됐어요.나는 추운게 참 좋아."

아이는 얼른 현관문을 열고 도망치듯 학교로 빠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겨우 옷 몇 벌을 꺼내놓고 창자빠진 꼴이 된 장농을 보며 조용히 한숨지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나는 남편을 위해 아침상을 대충 봐두고 내복을 꺼내 입고 산에 갔었다.
오랜만에 꺼내 입은 내복 탓인지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행동이 둔해서 산을 오르는 내내 갑갑했다.
심지어 오르막길을 오를때 마다 '망할 놈의 내복!'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고
등교길에 털코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간 내 딸아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매스컴의 호들갑스런 추위는 그저 호들갑에 불과했다 나에겐.


그리고 이틀 후 오늘, 나는 스물 한 번 째 산책을 다녀왔다.
이제 슬슬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독한 난시때문에 2시간 이상 안경을 벗어 놓으면 머리가 아파서
안경을 벗고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내가 이제 안경을 벗었다.
안경을 벗고도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물론 책을 볼 때와 인터넷을 할 때는 제외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것 만으로도 훌륭하지 않은가! (홍홍홍)

그리고 또 한가지 훌륭한 점은 비염이 많이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줄 곧 이비인후과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물론 한 달 남짓이긴 하지만 요즘은 모든 면에서 근래에 보기드문 컨디션이다.

그 동안 숫한 물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산으로 데려다준 내 고단한 발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덧붙여,앞으로도 쭈~~~욱 나와 같이 이 고단한 삶을 자~알 헤쳐나가주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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