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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김치에 담은 사연

by 서 련 201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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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할 때 까지 배추김치 없이 버텨보자고 남편이랑 타협을 끝내고 배추김치 없는 이틀을 보냈다.
그 이틀동안 배추김치의 여백을 채우려고 각종 나물을 열심히 무치고 볶았는데
배추김치의 여백은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었나 보다.

"엄마,배추김치 먹고 싶어요."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이의 입에서 배추김치 달란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마트를 찾았는데...3포기들이 한 망에 6천원!
배추값이 싸도 너무 싼 거다.

'혹시, 중국산?'

중국산이 아닐까?하는 의혹이 들자 선뜻 사기가 꺼려졌다.
그리고 문득 시댁 텃밭에 있는 배추가 지금쯤이면 알이 웬만큼 찼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남사로 가서 텃밭에 심어져 있는 배추를 뽑아 왔다.

작년 이맘때는 배추에 알이 꽉꽉 들어찼었는데 
올해는 날씨탓인지 알이 꽉 들어차려면 아직 보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게중에 먹을 만치 알이 들어찬 것이 두어 포기 있어서 그 걸 뽑아 와서 어제 저녁 내내 송송이 김치를 담갔다.


이걸 담그다가 남편이랑 한바탕 설전도 벌이고... ...



아 글쎄! 이 웬수가 어제는 잔소리를 어지간히 해야지!
김치 짜게 하지 마라에서부터 시작해서 냉동실에 찧어 얼려둔 생강도 넣으라는 둥
김치 하는 내내 했던 얘기 또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그래서 터프하게 한 소리 했지.

"그냥 냅둬~!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봐! 그렇게 못 믿겠으면 자기가 하던지!"

"아니 뭐 그냥 나는 물어 본 건데...."

"물어 보는 사람이 아까부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다~~~~ 명령조야? 명령하지마! 기분나빠!"

"허이그~ 저 승질머리하고는...."

사실, 난 시시콜콜 말을 잘 안하는 편이야. 
게다가 조금 피곤하다 싶을땐 누가 말 거는 것 조차 힘들게 느껴지지.
어제는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도 못 가고 옷장앞에 붙어서 옷정리 하느라고 얼마나 진땀을 뺐게.
아침부터 입을 옷이 없다는 둥 우는 소리를 열라 쳐 하시는 통에 신경이 쓰여 그냥 둘 수가 있어야지.
옷장정리와 다림질을 다 해 놓고보니 10자 반 장농이 다 지 옷으로 꽉 차있더구만 입을 옷이 없어?
그럼 그 옷들은 뭐 다~ 거지 발싸게냐?!


에이 생각할수록 화딱찌나!

자~~~! 심 호흡 한 번 하시고, 두 번 하시고, 깊이 또 깊이 들이 쉬세요~~~~~~!
후~~~~~~~~~~~~



흠.... 김치에 양념을 하면서 참 많은 사연도 담았다 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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