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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정신 차려!

by 서 련 201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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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문득 정신을 차린다.

나는 어쩌다가 이 시간까지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는 게으른 처지가 되었을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새벽 5시면 일어나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아이 공부도 돌봐주고
그야말로 하루를 이틀처럼 살곤 했었는데... 어쩌다가...

바깥에서 하는 일이 생기면서 생활패턴이 달라졌다는 변명 하나.
바깥일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잠으로밖에 풀수 없었다는 변명 둘.
바깥일과 집안일 외에도 끊임없이, 끈질기게 나만을 따라다니는 일이 많아 심신이 피곤하다는 변명 셋.

변명을 세개쯤 쓰고 나니 오전 10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던 충분한 이유가 생긴 것도 같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 모든 변명은 그야말로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하고싶은 일이 있는 나는,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나는,
오늘처럼 이렇게 해가 중천에 떠 오르도록 침대에서 뒹굴거릴 자격이 없다.
게으름이 짧디 짧은 인생을 좀 먹도록 내버려둘 더이상의 이유가 없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 몸에 둘둘 말고 있었던 이불을 걷어치우고 세면대에 가서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본다.
빰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던 물이 세면대로 뚝뚝 떨어졌다.
손바닥으로 얼굴에 묻은 물을 훔쳐내고 다시 거울속을 들여다 본다. 

거기엔 거울 안에서 내다보는 나와 거울 밖에서 들여다보는 내가 있고
거울안에서 내다보는 나의 어린시절과 거울 밖에서 들어다보는 나의 현재가 대면하고 있다.
세월 참 빠르지?
주름하나 없이 탱글탱글하던 너의 눈가에 어느새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지금 거울 밖에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너의 눈가에'라고 말하고 있다.
잠시 거울속에 비친 내가 내가 아니길 바라며 '너의 눈가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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