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드 에세이

화전만들기

by 서 련 2011. 4. 21.
728x90
반응형


그제께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따온 벚꽃과
어제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따온 진달래와 개나리로 화전을 부치려고 하는데 찹쌀이 없어서
오전에 찹쌀을 사러 방앗간에 들렀었다.
방앗간 입구에 진열되어져 있는 콩가루며 미숫가루 사이에 "순국산 찰"이라는 글짜가 쓰인 봉지가 눈에 띄었다.

순국산?
방앗간 안으로 들어가 주인을 부르면서 순국이란 나라가 있었던가를 생각한다.
안쪽에서 예순쯤 되어보이는 후덕한 아주머니가 손님의 기척을 듣고 방바닥을 뭉개며 일어나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찹쌀가루 있어요?"

"있어, 얼마어치 드릴까?"

"어떻게 하는데요?"

"한 되에 5천원, 반 되에 3천원,"

"한 되 주세요."

"이거 진짜 좋아, 국산 찹쌀로 내가 직접 빻아 놨거든,
일반 수퍼에서 파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 먹고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 놓고 먹어요."


방앗간 주인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나는 "순국산"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수 있었다.
순국은 듣도 보도 못한 나라가 아니고 순수 국내산이라는 뜻이었다.
재래시장만이 갖는 특별한 언어 감각을 쉽게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나의 실수. 

그런데 순국산? 생각할 수록 은근히 웃기는군.


4시쯤 아이가 오길 기다렸다가 화전 만들기를 시작했다.



먼저 꽃에 달린 꽃술을 제거해야 하는데...
벚꽃의 꽃술을 떼버리면 꽃잎이 흩어져서 화전을 만들기가 어려울 것 같아 잎자루만 잘라냈다.
진달래와 개나리는 꽃잎만 준비를 하고....


 

그런데! 원래 개나리는 꽃잎이 4개로 갈라져 있는데 5개로 갈라진 것도 있다!
"와! 신기하다!"
"엄마, 왜?"
"개나리 꽃잎이 5장이야!"
"그래서?"

뭐지? 이 뜨뜨미지근한 반응은.
그랬다.아이는 아직 개나리꽃은 통꽃이며 통상 꽃잎이 4갈래로 갈라져 있다는 걸 모른다.
그냥 봄이 되면 작고 노랗게 피는 꽃이 개나리라는 것 밖에.

"예진아,잘 봐봐. 개나리는 꽃잎이 원래는 하나야. 나팔꽃 같이. 그런데 나팔꽃은 꽃잎이 통째로 붙어 있지? 
하지만 개나리꽃은 이렇게 4개로 갈라져 있는거야. 꽃잎이 4개 같지?
그런데 이것봐! 이 곳은 5개로 갈라져 있잖아!"


"어... 그런거야?"

"그래, 그런 거야. 이제 알겠지? 그럼, 꽃 준비는 다 했으니까 찹쌀 반죽하자!"




찹쌀 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익반죽을 하는데 정말 국내산 찹쌀가루가 맞긴 맞나보다.

"와! 고소한 냄새! 엄마, 찹쌀가루에서 인절미 냄새가 나요!"

"그렇지? 인절미도 찹쌀로 만들거든."

"그렇구나!"

우리 딸은 오늘 신기한 게 많은가 보다.
나는 예전부터 오늘처럼 이렇게 아이랑 놀면서 내 아이에게 직접 이것저것을 가르쳐주고 싶었었다.
그러고보니 꿈이 이루어진 거네?
 바로 오늘.


"예진아, 반죽이 다 되었으니까 이제 동글납작하게 반죽을 빚어야지?"




우리딸, 제법 야무지게 잘 빚는구나!

"엄마, 이렇게 동그랗게 만들어서 꽃을 붙이면 돼요?"


"아니, 꽃은 나중에 찹쌀반죽이 다 익으면 마지막에 올려서 살짝만 지져 내면 돼."







이렇게...




"우와, 맛있겠다. 엄마, 먹어도 돼?"

"가만 있어 봐. 올리고당을 좀 뿌려야하는데... 깜빡하고 안 사왔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올리고당 대신 설탕으로 시럽을 만들었다.


★막간을 이용한 설탕 시럽 만들기★
재료: 물,설탕
방법: 물1을 냄비에 먼저 붓고 설탕1을 부어 젖지 말고 약한 불에서 끓여주면 된다. 참 쉽죠이~ㅇ




설탕 시럽을 만드는 동안 며칠 전에 얼려둔 목련꽃잎으로 목련꽃차를 연하게 우렸다.




목련꽃차위에 개나리와 벚꽃도 띄우고...
진달래도 띄우려고 했는데 우리집 고양이 옥순이가 진달래를 너무 잘 먹는 바람에 진달래꽃이 좀 모자랐다.






화전에 설탕시럽을 뿌리고 목련차를 곁들여 드디어 다과상을 차렸다.
"엄마, 이젠 먹어도 돼요?"
"잠깐만! 마지막으로 인증샷 한 장 만 남기고.... 자 먹자!"


자체 품평...

전체적으로 화전이 부드럽지 못했다.
반죽이 너무 됬나보다.
벚꽃 화전은 모양을 살리려고 꽃술과 꽃받침을 제거하지 않았더니 맛이 좀 씁쓰름 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