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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시댁 강아지- 방울이2

by 서 련 201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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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마당개의 종을 좀 가르쳐 주오. 시츄?  에이션?  ^^;; )





햇수로 4년전인가?
시댁에서 키우던 아주 잘 짖는 똥개 방울이가 사고사로 저세상으로 간 이후에 아버님은
방울이 후임을 물색하고 계셨다.

개는 뭣보담도 잘 짖어야 혀.
아버님 소원대로 정말 짖는거 하나는 찢어지게 잘 짖는 강아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시골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나 어울릴만한 조건이었다.

어느 날, 잘 짖는거 하나 때문에 도심에서 버림 받은 이름 모를 강아지는
시댁으로 들어와 마당개가 되었고 우리는 그 강아지를 방울이2 라고 불렀다.

방울이2가 방울이1 집에 입주를 하고 마당개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아버님은 방울이2가 너무너무 잘 짖는다고 아주아주 흡족해 하셨다.

그러나 몇달 지나지 않아 방울이2의 단점이 발견되었다.

저느므 개시끼는 쓸데없이 털이 왜 저렇게 긴다니?
아버님은 우리가 가끔씩 시댁에 갈때마다 그렇게 말씀하곤 하셨다.

(2005년 6월 25일,지니와 지니아빠 그리고 내가 땡칠이라고 불렀던 방울이)



(2006년 5월7일 남사에서... 지니(예진이)와 방울이1)


그러던 어느 날,

털이 너무 길어 눈앞이 뵈냐 너는?
가위를 들고 방울이2에게 건네는 말씀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한참 후,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아버님이 가위를 들고 들어오시면서 혼자 소리를 하신다.

헤이구 개새끼하고는... 털인지 가죽인지 구분이가야 자르지!

아이쿠야 싶어서 방울이2에게 달려가보니 방울이2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버님이 털을 자르다가 잘못해서 귀를 약간 자르신 모양이다.

방에서 소독약을 꺼내와 손수 방울이2에게 약을 발라 주시고는
비싼 사료 쳐먹고 쓸데없이 털만 기르나벼!
방울이2에게 버럭 화를 내셨다.

개 털을 잘라주고 싶은데 당신 뜻 대로 되지 않아 속도 상하시고
털을 깍다가 귀를 잘랐으니 개한테는 더없이 미안하기도 하셨고
그 걸 옆에서 지켜보는 며느리 보기 무안하기도 하셨겠다 싶었다.

그러고는 일이 바빠 한 동안 방울이2의 털 사건을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쇼핑잡지를 보는데 애완견 털 깍는 기계가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귓가에 피를 흘리며 눈물을 그렁그렁하던 방울이2의 모습이 떠올라 바로 구매를 했던 기억.

지난 주말, 방울이2의 엉킨 털을 장장 4시간 동안 밀었다.

지난 가을에 깍였어야 했는데 
지금 깍이면 겨울에 추워서 안된다!
아버님의 만류에 방울이2의 털은 겨울동안 무럭무럭 자랐고
자란 만큼 엉킴도 심해졌다.

아우... 몸이 왜 이렇게 찌뿌드드 하지?
주말에 힘들게 한 일도 없는데 몸이 뻐근하다던 애아빠.
나는요 지금 몸살이 단디~ 났거든요.

애아빠가 2시간 밀고 내가 2시간 미는 동안 방울이2는 4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방울이2는 우리보다 더 힘들었겠다 싶다.

오늘 저녁부터 달달 떨겠네.
아버님이 알몸을 드러낸 방울이2에게 한 말씀 하셨다.
아버님 요즘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거든요.

내년 봄에 고생 안하려면 올 가을엔 방울이2에게 이불한 채 내 주고 털을 밀어줘야겠다. 빡빡...

 




민들레 홀씨처럼 후~ 불면 털이 후~ 하고 날아가는... 뭐... 그런 신개념 마당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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