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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오이지 무침

by 서 련 2011.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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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아버님은 텃밭에다 오이를 심으신다.
올해도 어김없이 줄을 타고 올라가 주렁주렁 열린 오이.

아버님은 오이가 영글때쯤 소금물 한 단지를 미리 만들어 놓으시고
오이밭에서 오이가 나오는 족족 소금물에 넣어 두신다.

그 것이 아버님만의 독특한 오이지 담는 방법이시다.

그런 아버님만의 방법이 마뜩찮아서 제발 오이지만은 좀 담그지 마셨으면 한 적이 있었다.
소금물에 먼저 넣어진 오이는 속까지 노랗게 쩔어서 짜고, 뒤 늦게 넣어진 오이는 속이 하얀 것이 싱겁기도 하려니와
자칫 단지에서 오이를 꺼내는 것을 깜박하고 늦게 꺼내는 날엔 여지없이 물컹거리기 일쑤니 말이다.
늘 그렇듯 아버님은 소금물에 넣어만 두시지 뒷처리는 모두 내 몫이라 사실 좀 성가시기도 하다.

하지만 오이지 반찬 하나면 여름나는 당신 막내 아들 주신다고 해마다 봄이면 "오이 심으랴?"하고 물어오시는데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니 마뜩찮고 성가시더라도 잠자코 있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온 올해는 일찌감치 오이지 단지를 비웠다.
지난 주말 시댁,
단지 속에서 나온 오이는 80여개.

쉰개는 잘 씻어서 김치통에 꾹꾹 눌러 담아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고 서른개는 집으로 가져와 무쳤다.






오이지를 나박나박 썰어서


찬 물에 한 참 담가서 짠물을 빼고




삼베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아





물을 꽉 채운 김치통 3개로 눌러뒀다.





3시간쯤 지났을까?





물이 쪽 빠진 오이지에 고추가루,설탕,다진 마늘, 다진 실파,통깨,후추약간, 들기름을 듬뿍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오도독 오도독 씹는 맛이 재미있는 오이지 무침.
오늘 저녁에도 우리아버님 막내 아들 입 속에선 오도독 오도독 오이지가 으스러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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