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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그녀의 미련 남기기...

by 서 련 201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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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쏟아지는 장맛비 탓인지 바닥으로 가라앉은 기분은 좀 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따라 유난히 쌀쌀한 날씨는 창문도 닫게 하고
장농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침대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던 솜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게 만들었다.
그러나 7월, 어느 새벽의 한기는 능청스럽게 솜이불을 파고들어 기어이 온몸으로 훅 끼쳐왔다.
축축하고 냉랭한 한기에 잠을 이루지 못한 새벽, 솜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 보일러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들지 못한다.

멀뚱히 누워서 컴컴한 천장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빗소리만 요란하다.
다시 일어나 장농을 열고 지난 봄에 입었던 카키색 사파리를 꺼내 입고 책장앞에 섰다.

읽던 페이지를 고이접어 책장에 꽂아두고서 두어달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느 소설가의 책을 끄집어 냈다.
다시 책장을 넘길때 까지는 무슨 내용의 책이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었으나
고이접었던 책장을 바로 하고 다시 읽기 시작하니 기억조차 희미하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지루할 정도로 세심한 묘사, 수필을 읽고 있는 듯한 너무도 평이한 전개,
이 것이 내가 두 달 동안 그 책을 펼치지 않았던 이유다.
만약 내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면 그 건 순전히 책보다 더 지루한 장마 탓이려니.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다.
이 작가의 소설은 소설을 읽을때 보다 소설을 다 읽고난 후에 진정한 빛을 발한다는 걸 안다.
책 속의 주인공은 독자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끊임없이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소설속에서 자신이 말하려 하는 것을 결코 다 말해버리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그녀만의 독특한 "미련 남기기"라고 말하고 싶다.
설령,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소설적 색채가 되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비록 평론가는 아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로써 그녀가 만들어낸 평이함과 지루함을 오늘도 견뎌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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