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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2011

10월의 어느 햇살 좋은 날

by 서 련 2011.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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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오후 햇살 찬란한 한 때, 

자동차 차창에 매달려 빛을 잡으려고 애를 쓰다 우연히 낡은 정자 하나를 프레임에 가뒀다.

허물어져가는 처마 끝으로 어렴풋 보이는 세개의 현판이 세월의 흔적을 감싸안고 싸늘히 식은 주검처럼 괴괴하다.
그로데스크한 검은 정자와 햇살을 받으며 해찰거리듯 반짝이는 빨간 트랙터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먼 과거에서나 번성했을 법한 텃밭의 아주까리와 물가의 무성한 갈대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짓지 못하며 그저 몽롱한 햇살 속에 서 있을 뿐이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 아포리아적 세계가

오후 햇살을 받으며 자글자글 들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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