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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에세이

소금을 볶다

by 서 련 201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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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하나 없다고 생각되어지는 새하얀 천일염 한 바가지.
팬에 볶기 전에 물에 한 번 헹궈야 한다.



물이 미지근하면 소금이 많이 녹아버리니까 최대한 차가운 얼음물을 준비한다.



티끌하나 없다고 생각되어지는 천일염에서는 이렇게 많은 불순물이 나온다.
물위에 둥둥 떠있는 먼지며 바닥에 가라 앉은 흙은 기본이고
소금에 쩔은 게딱지, 미역, 멸치, 다시마 등의 이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바지락으로 추정되는 조갯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번엔 삐쩍 마른 갈치 치어를 볼수 있을까?

이물질에 대한 부질없는 기대를 뒤로하고
얼음물에 헹궈진 소금을 팬에 붓고 물기가 없어질때까지 소금을 볶는다.


처음으로 소금을 볶았을때,
코팅된 후라이팬에 소금을 볶다가

코팅이 죄다 일어나서 멀쩡한 후라이팬을 못쓰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란 게 있어서 검색만 하면 이것저것 많은 것을 알 수 있다지만 
그때는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코팅이 되지 않은 팬에 소금을 볶아야 한다고.
소금 볶는 냄새를 오래 맡으면 두통이 올 수도 있으니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꼭 마스크를 끼고 볶으라고.







"소금을 물에 씻어 볶으면 되지."
일이 쉬워 말을 쉽게 하는지 말이 쉬워 말을 쉽게 하는지.
쉽게 여겨지는 일들 속에서 쉽게 놓쳐버리는 것들 또한 많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
나나 우리는.


어쨋거나 소금은 뽀실뽀실 잘 볶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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