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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11월의 이별- 하양 스코티쉬폴드 옥순이

by 서 련 2011.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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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나는 집에 혼자 있었다.

하녀 가족들이 나만 쏙 빼고 부산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내 가방과 화장실이 크면 얼마나 크고
무거우면 또 얼마나 무겁다고 이 귀엽고 깜찍한 나를 두고 가버렸던 것인지...


 



하녀는 내가 며칠을 먹고도 남을 사료와 물을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아 놓았었고
문단속을 하느라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꼭꼭 닫아 걸고 가벼렸었다.
그 덕에 나는 창틀로 뛰어 올라 바깥 구경도 할 수 없었고
바깥 구경을 할 수 없으니 하루에도 여러 차례 눈으로 소통을 해오던
길냥이 깜돌이와도 소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통이 단절된 곳에서 행해진 사흘간의 고립된 생활...
버리고 가려거든 창문이라도 열어 두고 가던지.
잔인한 것들... ...






고립된 채 영영 멈춰버릴 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흐른 뒤
드디어 하녀 가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하녀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모두 열고 집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창틀로 뛰어 올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때, 새끼 하녀가 창밖을 바라보던 나를 격하게 끌어 안더니
보고 싶었다고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고 울먹거렸다.

나도 보고싶었다는 너무너무 보고싶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길냥이 깜돌이에게....




그러나 사흘동안 굳게 닫혔던 창문이 활짝 열린 그 날 이후...
길냥이 깜돌이는 그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다린다 했건만.... 무심한 자식...



11월의 마지막 날,
잿빛 하늘에선 푸른 비가 뚝뚝 떨어지고 백합나무에선 검은 눈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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