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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소심한 고양이의 소심한 복수 - 제대로 토라진 식빵

by 서 련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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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벨루스가 꽃을 피웠다.

 

 

 

 

창가에 서서 꽃잎에 초점을 맞춰가며 사진을 찍는데

해가 구름 사이를 들락이는 통에 적정 노출을 맞출수가 없었다.

 

 

 

셔터 스피드를 조금 내렸더니 사진이 너무 밝은가 싶었

 

 

 

셔터 스피드를 조금 높였더니 사진이 조금 어두운가 싶었다.

 

 

 

어떻게 하면 눈으로 보는 모습과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 똑같을 수 있을까?

 

 

 

 

그때였다.

자신의 하녀가 빗질도 안해주고 창가에 서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우리집 우아하고 고상한 고양이 "그레이스 옥"께서 시찰을 나오셨다.

 

 

 

 

 

 

 

역시나 우아하고 고상하게 꽃향기를 음미하는 그레이스 옥!

 

 

 

 

"오마나! 오마나!"

 

 

 

"지끔 이 거슨 무어슬 하는 시츄에이션?!"

 

고양이는 그 여리디 여린 꽃에다 턱을 대고  비비기 시작했다.

 

"아니 되오!"

 

 

 

나는 그러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놀랬는지 고양이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웅크리고 앉았다.

 

 

 

 

 

 

 

 

 

 

 

 

그러다가 아무리 생각해 봐

자신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 하녀의 행동이 용서가 되질 않았는지

 

 

 

 

고양이는 벌떡 일어났다.

 

"가려고? 생각 잘 해쓰~"

 

 

 

나는 이 소심하고 겁많은 고양이가 다른 곳으로 가려나 싶었다.

그런데 다른 곳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던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는 가지 않고 그 자리에 방향만 바꿔서는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이었다.

 

나는 꽃사진을 마저 찍게 자릴 좀 비켜 달라고 고양이의 엉덩이를 쿡쿡 찔렀다.

그러나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혹자는 "소심한 복수"라고 부른다지?

 

어쨌든 "제대로 토라진 식빵"의 사진은 제대로 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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