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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낙엽처럼

2015년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

by 서 련 2016.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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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4일 광장시장 먹자골목>

 

2015년이 끝나기 며칠전, 해가 바뀌기 전에 동대문 시장을 가봐야 한다고 우기는 남편을 따라 서울로 향했다.

그 날은 흰눈이 내려도 좋을 법한 크리스마스 이브였으나 기상이변 탓에 눈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남편은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입버릇처럼 꼭 한 번 가고싶다고 했었다.

차일 피일 미루다가 시간이 되어 그 곳에 가게 되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동대문시장 가는 그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로 향하는 길은 어땠을까?

 

 

 

집앞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길이 밀리기 시작했다.

오산까지는 뭐 그럭저럭 잘 참고 갔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수원 신갈을 지나 동서울,

반포대교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4시간이었다.

평상시 넉넉잡아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였는데...

 

그 날 서울로 가는 차안에서 뼈저리게 느낀 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집에 가만히 있는다.' 였다.

 

 

 

 

 

긴 시간을 허비하고 도착한 광장시장은 사람들로 미여터질 지경이었다.

 

예전 남편이 아르바이트 하던 그릇가게는 온데간데 없었고

질비하게 들어서있던 한복가게는 순대집 혹은 떡볶이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완전한 먹자골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딸아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마약김밥집에 자리를 잡고

김밥이랑 떡볶이, 어묵으로 간단하게 허기만 해결했다.

 

뒷쪽에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

먹는둥 마는둥 앉았다가 얼른 일어나야 했다.

일어나자마자 사람들한테 떠밀려서 이리왔다 저리갔다 하며 시장구경을 했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그 곳에 모였던 걸까?

앞사람 뒷통수만 보고 걷다가 겨우 시장을 빠져나왔다.

그 북새통에 빈대떡이며 순대, 곱창,잡채등등 살 건 다 사서 들고 말이다.

 

시장을 빠져나오니 살이 베일 것같은 바람이 불었다.

춥고 배고프고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우리는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옆 빵집 앞을 지나는데 얼핏 이런 생각이 스쳤다.

'크리스마스에 빈대떡과 순대, 곱창이라니... ...케익 정도는 있어 줘야 크리스마스 아닌가?'

상술이 심어준 크리스마스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우리는 상술이 심어준 크리스마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뿌리치지 못하고

기어이 케익도 하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6년 1월 17일 오늘...

2015년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거의 한달이라는 시간만큼 각색된 기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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